‘땅콩 회항’ 사건으로 논란을 빚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최근까지 이사로 재직한 인하대의 경비노동자들이 31일부로 일자리를 잃을 처지에 놓였다. 해당 노동자들은 경기도 김포시 대한항공 본사 앞에서 시위를 벌이며 고용보장을 촉구하고 있다.

30일 민주노총 인천본부에 따르면 인하대 경비원들은 이달 초 경비용역업체가 변경되면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평균 5~6년, 길게는 15년간 인하대에서 일해 왔다.

인하대와 새로 용역계약을 체결한 경비업체는 기존 경비원 중 일부의 고용만 승계하겠다는 입장이다. 기존 12시간씩 3교대제로 운영되는 근무형태도 12시간씩 주야 맞교대 시스템으로 변경할 계획이다. 인원을 줄이는 동시에 노동강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하대측의 요구에 의한 것이다. 인하대는 새 경비업체와 용역계약을 체결하며 무인경비시스템 운영을 위한 종합상황실과 정규직 경비인력 투입을 요구했다. 경비인력을 유지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무인시스템 방식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인력감축이 동반된 셈이다.

새 경비업체는 기존 경비원 중 6명의 고용을 승계하고, 나머지 9명은 자회사를 통해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고용이 승계된 6명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게 아닌 데다, 나머지 9명은 자회사에 결원이 날 때까지 마냥 기다려야 하는 처지다. 인천본부 인하대분회는 "인하대는 경비원 집단해고의 책임을 용역업체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오랜 기간 학교를 지킨 경비노동자 전원을 고용승계하라”고 요구했다.

한편 인하대측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경비원들을 해고한 것이 아니다”며 “용역 입찰 당시 기존 경비원의 고용을 보장하라는 조건을 내걸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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