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가운데)와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오른쪽)·이영주 사무총장 당선자 등 신임 민주노총 집행부가 30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집행 구상과 노동 정세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기훈 기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당선자가 비정규직 문제를 논의하는 사회적 대화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는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민주노총 사상 첫 직선제 위원장에 오른 한상균 당선자는 30일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그래를 살리기 위한 사회적 대화에 응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장그래는 최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케이블드라마 <미생>의 주인공이다. 극중에서는 계약직 노동자로 나왔는데 끝내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한 당선자는 “집집마다 비정규직이 있고, 정리해고에서 자유로운 국민이 한 명도 없다”며 “이런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장그래를 살릴 수만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여야 정당 대표와 관계부처와 만나 대화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노동자들의 양보를 전제로, 노동계를 사회적 대화의 들러리로 세우는 노사정위 틀 안의 사회적 대화에는 응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당선자와 이영주 사무총장 당선자도 이날 기자회견에 함께했다. 신임 집행부는 1일부터 3년간 민주노총을 이끌게 된다. 임기 시작과 동시에 민주노총을 ‘총파업 투쟁본부’ 체계로 전환하고, 2월12일 열리는 정기대의원대회에서 내년 상반기 총파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유독 '장그래'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웹툰과 드라마에서 비정규직의 애환을 보여 준 장그래는 불안정한 고용상태에 놓인 사회적 약자의 대명사가 됐다. 민주노총 신임집행부는 1월 중으로 ‘장그래 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꾸려 다양한 계층과 함께하는 민중 생존권 확보투쟁에 나설 계획이다.

- 정부가 지난 29일 비정규직 종합대책(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이를 ‘장그래 구제대책’이라고 주장하는데.

“2년 전 대선에서 비정규직 남용 억제와 정리해고 규제를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가 언제 그랬냐는 듯 정반대의 대책을 내놓았다. 정리해고 규제를 강화하기는커녕 일반해고 요건을 완화하고, 파견 허용업종과 대상을 늘리겠다고 한다. 장그래가 정사원이 되고 싶다고 했지, 언제 비정규직 기간을 늘려 달라고 했나. 정치·경제적 위기를 노동자에게 전가하려는 정권의 정치적 포석이다.”

- 민주노총 신임 집행부의 대책은 무엇인가.

“정부의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매우 어려운 용어로 교묘하게 서술돼 있다. 노동운동을 오래한 내가 봐도 헷갈릴 지경이니, 일반 국민이 이번 대책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끼기는 어려울 것 같다. 따라서 정부 대책이 얼마나 기만적인지 최대한 쉬운 언어로 국민들에게 알려 내는 작업부터 시작할 생각이다. 국민이 나서 주셔야 한다. 1월 중으로 ‘장그래 살리기 국민운동본부’를 출범시킬 계획이다. 비정규직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하는 모든 국민과 함께 싸우겠다. 정부 대책과 관련해 노동계의 한 축인 한국노총이 느끼는 분노 역시 크다고 생각한다. 양대 노총이 노동자 살리기 공동투쟁의 전선에 나서야 한다.”

- 민주노총이 과연 총파업에 나설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다.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은 내년 4월 임시국회에서 입법전쟁으로 가시화될 것이다. 동시에 정부는 각종 가이드라인 제정과 시행령 개정을 시도하며 비정규직 대책을 관철하려 할 것이다. 공무원연금법 개악이나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투쟁도 내년 상반기에 집중된다. 이미 총파업은 시작됐다. 2월12일 정기대대에서 구체적인 투쟁계획을 확정하겠다.”

- 한 당선자는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다. 쌍용차 사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데.

“나는 26명의 동지를 가슴에 묻은 상주이기도 하다. 삶과 죽음의 문턱에서 나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는지 늘 고민한다. 지금도 굴뚝에 올라 농성 중인 두 명의 동지를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진다. 그러나 쌍용차 외에도 정부와 자본에 맞서 더욱 힘들게 투쟁하고 있는 사업장이 차고 넘친다. 나는 쌍용차지부장이 아닌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힘들게 투쟁하는 노동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이들의 투쟁이 승리로 귀결될 수 있도록 만들어 내는 것이 나에게 부여된 책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