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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보호규정과 교대사업장 노동자들의 생활임금변동현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강원지사)
변동현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강원지사)

내 또래 여자친구들은 대부분 아이를 갖거나 아이를 막 낳은 임산부들이다. 임산부는 임부와 산부를 말한다. 임부는 임신을 한 여성이고, 산부는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보호와 배려가 필요한 여성을 말한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일하는 J에게서 급하게 전화가 왔다.

“언니, 저 출산전후휴가 끝나고 복직했는데요. 저는 야간근로를 못하나요? 원장님이 안 된다고 해서요.”

산부인 J는 임부일 때도 전화했었다.

“언니, 저 연장근로 하면 안 되나요? 우리 월 30시간씩 연장근로를 하는데, 그거 못하면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해요. 교대를 못하면 시간대를 새벽으로 옮겨야 돼요. 월급도 60만원이나 깎이는데….”

우리 근로기준법은 여성을 특별하게 보호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첫째, 임신한 근로자에게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적용하지 않는다(근로기준법 제51조). 둘째, 임신한 여성은 절대로 연장근로를 시켜서는 안 된다(근기법 제74조5항). 셋째,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에게는 1일에 2시간, 1주일에 6시간, 1년에 150시간을 초과해서 시간외근로를 시키지 못한다.(근기법 제71조). 넷째, 임산부는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야간근로나 휴일근로를 시키지 못한다. 다만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동의가 있거나 임신 중인 여성이 명시적으로 청구하는 경우에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를 거쳐 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받으면 가능하다(근기법 제70조).

임산부의 건강과 모성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그래서 나는 J가 임신 중일 때 “J, 어쩌지? 임부는 시간외근로를 시키면 안 되는데…”라고 대답했고, 산부일 때는 규정대로 얘기해 줬다.

“J, 산부가 야간근로를 하려면 사업장 근로자대표랑 협의해서 노동부 장관한테 인가를 받아야 하는데 회사에서 해 줄까 모르겠네. 일단 강력하게 얘기해 보고 1년에 150시간까지 시간외근로를 할 수 있으니 한 달에 12.5시간만이라도 시간외근로는 한다고 얘기해.”

“아, 언니 됐어요. 근로자대표 이런 거 없어요. 원장님이 너무 복잡하다고 저보고 계속 새벽시간대에 출근하래요. 아이 낳으면 교대근무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월급도 60만원 줄고. 새벽시간대에 출근하면 아이는 어떻게 하라고.”

J는 울상을 지으며 전화를 끊었다.

비단 J뿐만이 아니다. 교대근무를 하는 사회복지시설·병원의 여성노동자들의 공통된 상담내용이다. 법은 임산부를 보호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정작 적용을 받는 임산부들은 왜 울상일까. 바로 임금 때문이다.

보호를 하려면 임산부가 아닐 때 받던 평균임금 수준은 어느 정도 유지해 줘야 마음 편하게 보호받을 수 있는 것 아닐까. 물론 새벽 근무시간대를 낮 근무시간대로 조정하는 것은 근기법상 임산부의 경우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해야 할 의무가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현행법으로도 어느 정도 해결이 가능하다. 하지만 고정적으로 발생하던 시간외근로와 야간근로가 줄어들면서 함께 줄어드는 생활임금은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를 낳아 생활비는 더 늘어날 텐데 말이다.

결국은 보호규정과 생활임금을 연동해 함께 보장하지 않으면 시간외근로가 많았던 교대사업장의 여성노동자들에게는 이 제도가 얄궂게만 보일 것이다.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방법, 국가가 전액 부담하는 방법, 사업주와 국가가 반반씩 부담하는 방법, 고정적인 시간외근로를 다 보장해 주는 것이 아니라 일정 비율까지 보전해 주는 방법과 함께 부담비율을 조정하는 방법 등 다양한 정책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임산부들이 돈 때문에 야간근로와 연장·휴일근로를 하려 애쓰지 않도록 하는 대안을 어서 마련해야 한다.

변동현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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