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조합원과 연대단체 회원이 15일 오전 김정욱 지부 사무국장과 이창근 정책기획실장이 고공농성 중인 쌍용차 평택공장 안 굴뚝을 바라보고 있다. 정기훈 기자

“들립니까? 들리세요? 여기 정말 엄청 춥습니다. 바람이 너무 세게 불어서 입이 얼어붙었어요.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15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칠괴동 쌍용자동차 남측 정문 앞. 저 멀리 점처럼 보이는 김정욱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 사무국장의 목소리가 스마트폰 너머로 끊어졌다 이어졌다 한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지 않았다면 70미터 고공 어디쯤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는 것인지 알아보기 어려운 거리다. 거칠게 불어 대는 바람에 밀려 LNG가스를 머금은 굴뚝의 매연이 지면과 수평선을 그렸다. 때마침 눈발까지 흩날리기 시작했다. 아름답지도, 감동스럽지도 않은 살풍경이다.

“굴뚝에 올라서서 공장을 내려다보니, 저 안에서 일했던 시간들이 떠오릅니다. 15년을 근무하면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았어요. 내가 만든 렉스턴을 몰고 출퇴근했습니다. 이 회사에서 정년을 맞고 싶었어요. 여기까지 오게 될 거라고는 생각 못했는데…. 칼바람 부는 굴뚝 위에 선 지금은 한 가지 생각뿐입니다. 돌아가고 싶어요. 다시 일하고 싶습니다. 해고자들의 유일한 바람, 그것 하나만 생각하며 버텨 내려 합니다.”

"공장으로 돌아가고 싶다"

김정욱 사무국장과 이창근 지부 정책기획실장이 이날 현재 사흘째 맨몸이나 다를 바 없는 상태로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요구는 하나다. 내년 1월 신차 출시에 앞서 해고자 복직 문제를 전향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협상 테이블을 열어 달라는 것이다.

쌍용차가 3년의 개발 끝에 다음달 선보일 예정인 가솔린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는 쌍용차의 차세대 전략모델이다. 국내 자동차업계도 티볼리를 내년 최고의 기대작으로 꼽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달 13일 쌍용차 정리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법적 구제를 받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사라진 것이다. 해고자들은 쌍용차가 신차 출시를 앞둔 지금이 복직 여부를 논의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고 보고 있다. 신차 효과로 인력충원 여지가 있을 때 해고자들을 우선적으로 복직시켜 달라는 요구다.

김득중 지부장은 “쌍용차의 모기업인 마힌드라는 최근 푸조에 이어 사브까지 인수하면서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해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며 “그런 만큼 이제는 마음의 문을 열고 해고자 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와 교섭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

하지만 회사측의 답변은 모질었다. 쌍용차는 이날 공식입장을 통해 해고노동자들과 대화할 뜻이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쌍용차는 “해고자들이 평택공장에 불법으로 무단침입해 벌이고 있는 비상식적이며 극단적인 불법행위에 우려를 넘어 분노를 금할 수 없다”며 “쌍용차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절대 타협하지 않고 단호히 대처하기 위해 모든 법적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쌍용차는 이어 “정부 역시 불법행위를 방치하지 말고 확실한 법 집행을 통해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화보다는 법적 절차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 <정기훈 기자>

"쌍용차 경영호전, 복직 미룰 이유 없어"

해고자와 회사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회사의 전향적 태도를 주문하는 각계의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조계종 노동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쌍용차가 2009년 정리해고 당시에 비해 경영이 호전돼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임을 고려하면 정리해고자 165명의 복직을 미룰 하등의 이유가 없다”며 “쌍용차는 대승적으로 과감히 포용하는 경영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문했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쌍용차 해고자 2명이 공장 안 동료 노동자의 도움과 회사의 복직결단을 호소하며 또다시 굴뚝 고공농성을 시작했다”며 “극단적인 대결과 파국을 원치 않는다면 회사측은 하루빨리 전면에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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