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0월 독일로 유학을 떠났던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이 학업을 마치고 1년 만에 귀국했다. 이주호 단장은 국제노동기구(ILO)와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FES)·독일노총(DGB)의 후원으로 독일 카셀대학(Kassel)·베를린 경제법학대학(HWR Berlin)에서 '노동정책과 세계화' 석사과정을 졸업했다. 박근혜 정부는 독일 경제모델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 노동시장 개혁의 바이블로 보는 경향도 나타난다. 과연 그럴까. <매일노동뉴스>가 이주호 단장의 독일 유학기를 연재한다. 이 단장은 연재를 관통하는 제목을 '노동존중 복지국가와 노동운동의 새로운 도약을 꿈꾸며'라고 썼다. 매주 목요일자에 11회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 2014 9월 국제노동대학 10기 졸업식에서 1년을 함께한 반 학생들과 한국 보건의료노조 파업을 지지하는 머리띠를 둘렀다. 이주호 단장
▲ 지난해 12월 베르디노조 아마존지부 파업현장에 내걸린 깃발 앞에 섰다. 이주호 단장


 

이주호
보건의료노조 전략기획단장

독일 유학을 마치고 1년1개월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안팎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한 노동운동, 식상하리만큼 반복되는 노동운동 위기론, 그리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주장들. 그러나 새로운 대안과 미래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다. 뭔가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했다. 새로운 자극, 새로운 상상력이 필요했다.

그냥 현재의 모습에서 열심히 하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뭔가 새로운 판짜기, 담대한 구상과 전략에 목말랐다. 그러던 차에 독일 유학을 통해 독일의 복지와 노동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가 왔다. 평소 독일의 통일·복지·무상의료·경제민주화·정당명부 투표제도, 그리고 산별노조의 막강한 힘과 역할이라는 선순환구조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터였다.

보건의료노조의 조직적 배려와 평소 여러 사업을 함께한 독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한국사무소 크리스토프 폴만 소장과 진양숙 선생의 적극적인 추천과 도움으로 2013년 10월2일 독일발 비행기에 올랐다. 1년여 동안 독일에 머물면서 겨울학기는 독일 중부지역에 있는 카셀대학에서, 여름학기는 수도 베를린에 있는 베를린 경제법학대학에서 국제노동대학(GLU·Global Labour University)이 주관하는 노동정책과 세계화 석사과정을 다녔다.

다양한 현장 체험학습 기회

학교에서 진행된 다채로운 강의와 토론을 통해서도 노동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지만 그 이상으로 의미가 있었던 것은 6주간의 독일 통합서비스노조(Ver.di) 인턴 생활과 스위스 제네바 국제노동기구(ILO) 본부에서의 1주 연수,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병원 사회적 대화기구 회의 참관이었다.

국제노총(ITUC) 제3차 총회 참가와 독일노총(DGB), 독일 금속노조(IG Metall) 등 주요 산별노조 본부 방문, 폭스바겐(VW) 공장과 종업원평의회 견학, 노조 파업현장과 각종 집회, 학술 세미나 참가 등 현장 체험학습은 매우 훌륭한 경험이 됐다.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좋은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이를 통해 국제 노동운동과 독일 노동운동, 독일 사회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오후 4시면 어두워지고 툭하면 비가 오는 독일의 을씨년스러운 겨울 날씨, 유흥거리가 거의 없는 무미건조한 독일 생활 덕분에 열심히 공부에 전념해 M.A.(Master of Arts) 석사학위를 받았다. 규칙적인 생활과 운동 덕분에 7킬로그램을 감량했다. 세계 4대 마라톤대회 중 하나인 베를린마라톤대회에 전 세계 130개국에서 온 5만6천61명의 마라톤 마니아들과 함께 전승기념탑에서 브란덴부르크 문까지 42.195킬로미터 풀코스를 완주하는 작은 기쁨도 누렸다.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노조 활동가로서 200만 조합원을 포괄하고 있는 거대 산별노조운동과 국제 노동운동의 흐름, 사람중심 노동중심 복지국가를 체험하면서 개인적 재충전은 물론 글로벌 스탠더드라는 관점에서 한국 노동운동의 역할과 과제, 한국 진보운동의 미래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얻은 것이 가장 의미 있는 성과였다.

독일이 우리가 지향해야 할 완전한 모델 국가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서 많은 정치적 사회적 상상력을 제공하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 따라서 이번 연재는 사람중심 복지국가, 진보정치 활성화, 경제민주화, 통일을 위한 것이다. 그것을 위한 노동조합과 노사관계의 역할을 고민하는 분들과 새로운 모색을 함께하기 위해 글을 쓴다.

다음 편에서는 국제노동대학(GLU)과 카셀대학 부설 국제 싱크탱크 네트워크인 국제양질의일자리개발센터(ICDD)의 역사와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세계화 시대에 한국 노동운동의 새로운 좌표 모색과 국제연대, 노조간부 육성에 대해 고민해 볼까 한다.

3회에서는 국제노동대학 과정을 후원하면서 노동운동의 가장 든든한 동지이자 후원자인 한스 뵈클러 재단과 프리드리히 에버트 재단 현황을 비롯해 연간 2천억원의 예산에 기초한 활발한 활동을 소개한다. 한국에도 이런 노동재단·장학재단이 필요하다.

4회에서는 조합원용으로 제작된 통합서비스노조 브로슈어에 나와 있는 독일의 발달된 사회복지제도와 노동운동의 역할을 살펴본다.

노동중심 복지국가의 원형 찾기

5회부터는 본격적인 독일 노동운동 체험기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독일 노동운동의 현황을 개괄하면서 독일 체류기간 중 방문했던 독일노총·금속노조·통합서비스노조에서의 경험과 소감을 연재한다. 독일노총 주최로 열린 노동절 행사와 카셀에 있는 독일 국민차 폭스바겐 공장과 종업원평의회, 21세기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아마존 독일지사 물류창고 노동자들의 파업현장, 독일노총 청년캠프 국제세미나(DGB Youth Seminar) 등 각종 노동 관련 집회와 행사를 다니면서 느꼈던 소감과 그들의 고민을 담는다.

독일 노동운동 체험기 두 번째 기록인 6회는 지난해 6주간 근무했던 산별노조, 조합원 210만명을 자랑하는 독일 통합서비스노조의 현황과 노조가 현재의 조직률 하락을 타개하기 위해 새롭게 시도하고 있는 조직 확대강화전략 ‘Chance 2011 보고서’를 통해 본 노조의 고민을 짚어 본다.

7회에서는 통합서비스노조 전임 활동가 관련 단체협약을 다룬다. 그들의 노동조건과 그것이 한국 노동운동과 전임 활동가들에게 주는 함의를 다룬다. 다음 회에서는 전 세계 1억8천만 조합원을 보유한 국제노총 제3차 총회 참가기를 게재한다. 3차 총회는 올해 5월18일부터 23일까지 베를린에서 ‘노동자의 힘 구축(Building Worker's Power)’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161개국 대표 1천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는데, 민주노총 대표단의 일원으로 참석했다. 이때 느꼈던 국제노동운동에 대한 간단한 소감과 더불어 국제노동계에서 노동조합 활동과 전략을 평가하는 다양한 분석 틀을 소개하면서 국제적으로 한국 노동운동이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 분석한다.

9회에서는 무상의료·공공의료를 기본으로 하는 독일 보건의료제도를 개괄한다. 더불어 직접 방문했던 베를린의 샤르티 병원과 비반테스 병원 현황을 살펴보고, 병원 인력확충 등 독일 보건의료제도와 관련해 노조의 요구와 투쟁을 소개한다.

10회에서는 독일 노동계 내부에서 구전되고 있는 베를린 진보여행 ‘소셜 투어(social tour)’를 설명한다. 11회는 최종 마무리 편이다. 독일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주제로 정했다. 독일이 우리에게 주는 함의와 우리의 실천과제를 꼽아 봤다. 다시 한 번 산별노조와 노동중심 진보정치의 가장 빠른 길인 정당명부 선거제도, 복지국가로 가는 힘, 증세와 공적재정 확충, 노동의 외연을 확대하는 노동재단, 다시 시작하는 현장혁신과 노조간부 육성 등 다섯 가지 핵심의제를 제안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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