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한국고용노사관계학회·한국노동법학회·노사공포럼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공동주최한 ‘노동시장 구조개혁, 비정규·양극화 문제 어떻게 풀 것인가’ 토론회에서 발제자들이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비정규직 관련 대책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대책을 비교적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의견을 종합하면 대기업·공공기관 정규직에 대한 고용규제를 완화하면서 중소기업·하청·비정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향상이라는 이원화 정책을 통한 격차해소로 요약된다. 동시에 기간제·파견근로 사용에 대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

발제자들이 속한 고용노동혁신포럼이 활동을 시작하기까지는 고용노동부가 깊게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발제를 토대로 노동부의 노동시장구조개선 대책을 살펴봤다.

◇정규직 고용규제 완화, 정리해고 요건은 강화=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노사·사회정책연구본부장은 대기업·공공기관 노동자의 ‘군살 빼기’를 강조했다. 근무실적이나 업무성과가 지속적으로 부진한 노동자를 전환배치하고 개선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배 본부장은 "그래도 성과가 없으면 임금이나 직급 등 근로조건을 조정하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고용조정할 수 있는 있는 절차적 요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이어 “기획재정부에서 말한 정규직 해고요건 완화는 부적절하고 현실성도 떨어진다”면서도 “대기업과 공공기관 정규직의 군살을 뺄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정리해고 요건은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분별한 정리해고 남용을 막기 위해 실질적인 요건을 강화하고 해고회피 노력과 우선재고용 업무에 관한 조항을 구체적으로 고쳐야 한다는 설명이다.

배 본부장은 임금체계와 관련해서는 직무·성과급 도입과 함께 “숙련향상이나 능력향상, 책임성 증가 없이 고임금을 받는 그룹에 대해서는 임금인상을 억제하거나 물가인상분만 반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기간제 고용하면 사회보험 부담 강화=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월 중소기업중앙회 여성 비정규 노동자의 자살을 부른 ‘쪼개기’ 계약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상한 기간 내에 계약갱신 횟수를 제한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갱신사유를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고, 기간제 노동자에게는 퇴직금을 근무일수에 비례해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1년 이내로 계약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권 교수는 사업주들이 단순히 비용절감을 목적으로 비정규직을 고용하는 것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에게는 최저임금의 10% 정도를 가산해 지급하자는 의견도 내놓았다.

배규식 본부장은 "생명·안전 관련 핵심업무나 위험작업에 기간제나 파견직 사용을 제한하고, 위함작업 외주화를 규제해야 한다"고 주문하면서 "비정규직을 대신해 노조가 차별구제신청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간제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주의 사회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방식의 고용보험 경험요율제를 도입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게 사회보험을 적용하되, 일정한 지휘권을 가진 사업자나 관련단체가 사용자 부담분 보험료를 내게 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간제·파견 규제완화=권혁 교수는 “나이에 따라 기간제 계약기간을 다르게 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30대 이상 중장년은 기간연장을 원한다는 이기권 노동부 장관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권 교수는 “연령이라는 하나의 지표만 가지고 입법화하면 차별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며 “예컨대 4개월간 실직상태를 유지한 고령자의 계약기간을 연장하는 독일처럼 부가적인 전제조건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파견근로에 대해서는 지역별 고용현황이나 업종 특수성, 근로자 연령 등에 따라 파견업종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권 교수는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파견 허용업무를 제한하면서 위장도급에 관한 혼란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파견업체에 대한 허가요건 강화 △파견근로가 직영근로관계로 나아가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 위한 제도설계를 파견노동자 보호방안에 포함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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