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생산공정에 투입된 사내하청 노동자와 재하청 노동자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과 관련해 현대차가 항소 방침을 정했다.

현대차는 23일 “이번 판결은 공장 내 간접생산과 2·3차 도급업체까지 모두 포괄해 불법파견으로 본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대차 안에서는 사내하도급 자체를 활용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한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이어 “현대차의 하도급 비중은 7% 정도지만, 건설이나 중공업의 하도급 비중은 40∼50%에 달한다”며 “우리 산업계 전체에 심각한 문제를 가져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사내하도급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말아야 하는 제도인지에 대해 사회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며 “추가 법적 절차를 통해 이 부분을 따져 볼 것”이라고 예고했다.

한국경총은 ‘현대자동차 사내협력업체 관련 판결에 대한 경영계 입장’을 통해 “사내하도급 활용은 시장수요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을 보완하는 보편적인 생산방식이며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 속에서 생존전략의 일환”이라며 “도급계약에서 비롯되는 최소한의 지휘·감독권마저 인정하지 않은 이번 판결로 기업의 경쟁력이 상실되고, 결과적으로 일자리 감소와 우리 경제의 성장동력 약화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경영계가 한목소리로 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을 부정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소극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전날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판결은 1심 결과이고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며 이번 사안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결국 4년 만에 불법파견 판결을 끌어낸 노동자들은 언제 끝날지 모를 법정 싸움을 이어 가게 됐다. 민주노총 등 노동·시민·사회단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현대차는 이번 판결의 의미를 고려하지 않고 소송전으로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 노동자들의 진을 빼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더 이상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고통의 시간을 안겨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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