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치러진 스웨덴 총선에서 사회민주노동자당(SAP)이 31.2%의 지지율로 349석 중 113석을 차지했다. 사회민주노동자당이 녹색당·좌파당과 함께 구성한 좌파연합은 43.7%를 득표했다. 중도당과 우파연합은 39.3%에 그쳐 사회민주노동자당 대표 스테판 뢰프벤이 총리가 될 것이 확실해졌다.

1889년 4월 창당해 1932년 처음 집권한 사회민주노동자당은 1970년대 6년에 걸쳐 두 번, 1990년대 3년에 걸쳐 한 번, 2006년과 2010년 총선에서 8년에 걸쳐 두 번 권력 장악에 실패한 바 있다.

새 좌파정부의 수상이 될 스테판 뢰프벤은 57년생으로 2012년부터 사회민주노동자당의 대표로 일해 왔다. 79년 용접공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81년부터 현장 노조간부로 활동했다. 95년에는 스웨덴금속노조 채용직 상근간부가 돼 노동운동 지도자 경력을 키웠다.

채용직 상근간부로 맡았던 일은 단체교섭과 국제연대였다. 2001년 금속노조 부위원장에 당선됐고, 2006년 1월1일 스웨덴금속노조(Metal)와 스웨덴산업노조(Industrifacket)가 통합한 노조인 IF Metall이 출범하자 초대 위원장이 됐다.

조합원 32만5천명을 둔 IF Metall은 스웨덴 최대 노조 중 하나다.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주축이 된 스웨덴노총(LO)의 핵심 조직이다. 제조업 통합노조 위원장으로서 뢰프벤은 사회민주노동자당의 당연직 전국집행위원이 됐고, 2012년 1월 당대표가 됐다.

한국 언론은 그의 수상 취임 가능성을 소개하면서 용접공 출신은 강조했지만, 당대표가 되기 직전까지 6년 동안 IF Metall의 위원장으로 노동운동의 최전선에서 뛰었다는 사실은 다루지 않았다.

특히 쉰일곱 인생의 절반을 훨씬 넘는 33년을 현역 노동운동가로 복무한 인생역정에 관심을 둔 언론은 거의 없었다. 생후 10개월에 고아원에 맡겨진 아이가 노동계급 양부모의 슬하에서 자라나 용접공이 됐고, 노동조합에서 교육받고 성장해 노동자정당의 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한 나라의 정부를 대표하는 수상에 올랐다.

인구 1천만명이 채 안 되는 스웨덴은 노조 조직률이 70% 안팎이고, 단체협약 적용률은 90%에 달한다. 단체교섭은 기업의 수준을 뛰어넘은 산업 수준에서 이뤄지며, 단체협약은 산업별로 체결된다.

한때는 노총들이 사용자중앙단체·정부와 교섭하는 전국중앙교섭이 진행되기도 했다. 사업장 수준의 종업원 대표조직이 노동조합과 종업원평의회(works council)로 이원화돼 있는 독일이나 네덜란드와 달리 노동조합이 현장의 종업원들을 대표한다.

종업원 25인 이상 기업은 노동자 이사를 둬야 한다. 독일은 이사회와 감독회로 기업의 이사회 제도가 이원화돼 있으나 스웨덴은 이사회로 일원화돼 있다. 전체 이사의 3분의 1은 노동자 대표여야 한다.

노동자 이사는 노동자들의 직접 투표로 뽑힌다. 단체협약이 체결되면 노동조합이 노동자 이사를 선발한다. 노동자 이사는 단체교섭이나 단체행동처럼 노사 간에 명백한 이해관계의 충돌이 있는 사안이 아닌 한 회사 주주를 대표하는 이사들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다.

스웨덴은 77년 시행된 '사업장 공동결정법'과 82년 체결된 '효율성과 참여에 관한 전국기본협약'을 통해 사업장 안에서 공동결정을 위한 노동조합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한국에서 “사용자의 인사경영권”으로 신성시되는 사안들이 스웨덴에서는 노사 공동결정의 대상이 된다. 공동결정법의 정신은 간단하다. "사용자의 결정은 노동자 대표와 함께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스웨덴 노동조합이 사업장에 조직한 공식적인 노조 조직은 '노조클럽(union club)'이라고 부른다. 우리말로 하면 단위노조인 셈이다. 조합원이 25~30명이 되면 노조클럽을 둘 수 있다. 모든 노조클럽은 대표자를 둔다. 우리로 치면 현장간부인 노조클럽 대표자들이 스웨덴 노동조합의 주축이다.

이들은 노조의 얼굴이다. 조합원들에게 정보와 조언을 제공하며, 상급노조 지원을 받아 사업장 수준의 임금·노동조건 교섭에서 핵심 역할을 맡는다. 조합원이 32만명인 IF Metall 산하에는 4만명에 달하는 클럽대표, 즉 현장간부들이 활동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민주노동자당을 흔히 사회민주당으로 부른다. 하지만 필자는 ‘노동자’라는 당명에 더 관심을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회민주노동자당에서 ‘사회민주’는 당의 이념을 보여 주고, ‘노동자’는 당의 계급적 기반을 드러낸다. 사상 이념과 조직기반이 튼튼할 때 그 당은 지속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

노동자가 다수인 사회에서 노동자가 정부 대표를 하는 것이야말로 ‘정상화’가 아닐까. 부정선거로 당선된 독재자의 딸이 정부 대표를 넘어 국가수반으로 행세하는 나라야말로 ‘비정상화’ 나라가 아닐까. 노조 위원장 출신 수상의 탄생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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