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이 도마에 올랐다. 당·정·청은 공무원연금 기여율을 높이고 소득대체율을 낮추는 대신 퇴직수당을 늘리는 내용의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국회에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공무원연금 논의 과정에서 당사자인 공무원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매일노동뉴스>는 공무원과 사립학교 노동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공적연금 개악 저지를 위한 공동투쟁본부' 소속 당사자들의 기고를 통해 정부 방침의 문제점을 살펴본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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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환
한국노총 공무원연금대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우정노조 위원장)

‘당신은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가슴이 돼 봤느냐.’ 수십 년을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해 온 공무원들의 가슴이 요새 까맣게 타들어 가고 있다.

새누리당과 연금학회에 따르면 22일 국회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이 발표될 예정이라고 한다. 재직 공무원이 납부하는 연금 부담액을 현재보다 50% 가까이 인상하고, 수령액은 삭감하는 공무원연금 개혁방안이 토론회를 통해 공개된다.

개혁안은 2016년부터 신규 공무원은 국민연금과 동일한 부담과 혜택을 적용하고 재직 공무원에 대해서는 기여금(납입액)을 현재의 14%(본인부담 7%)에서 20%까지 대폭 인상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은퇴 공무원의 경우 법적인 문제를 고려해 연간 수령액 상승 폭을 축소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공무원연금의 직접 이해당사자인 공무원들을 철저히 배제하고 당·정·청과 학계 전문가들이 밀실에서 마련한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대해 전 공무원 노동자들은 분노를 금할 수 없다. 국민연금 가입자는 평균적으로 낸 돈의 1.7배를 받고 있다.

하지만 개혁안에 따르면 재직 공무원은 국민연금보다 수익비가 되레 불리해진다. 낸 만큼만 받아 가는 제도는 공적연금이라기보다는 금융기관의 적금과 비슷하다. 즉 정부안은 공무원연금에서 공적연금의 기능을 없애 버리려는 시도다.

공무원연금은 수령액만 놓고 보면 국민연금보다 나아 보인다. 하지만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이 4.5%인 데 반해 공무원연금은 7%다. 더 많이 낸다는 의미다. 게다가 공무원은 민간보다 낮은 보수와 퇴직금, 4대보험 미가입 등 불이익과 함께 노동3권 제약, 영리활동 및 겸직 제한, 정치활동 불가, 품위유지 의무 등 각종 신분상의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제약에 대한 위반으로 징계를 받거나 파면되면 연금이 최대 2분의 1까지 감액된다.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을 수령액으로만 단순 비교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정부가 공무원보수 현실화 기준으로 잡고 있는 100인 이상 민간사업장 보수 대비 공무원 임금 수준도 2004년에는 95.9%였지만 2007년에는 89.7%로 벌어졌다. 특히 이명박 정부에서 공무원 임금이 큰 폭으로 저하돼 2012년의 경우 76.6% 수준에 불과했다.

박근혜 정부 들어 올해 공무원보수 인상률은 4급 이하는 1.7%다. 물가인상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실질임금은 오히려 하향했다. 퇴직금도 민간에 비해 40% 정도밖에 안 된다. 공무원들의 각종 신분상 제약과 낮은 보수는 여전한데 연금산정 기준과 지급연령·유족연금액이 국민연금 수준으로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공무원연금의 제도적 성격과 공무원연금 재정이 악화된 주된 원인을 지금이라도 국민에게 솔직히 알려야 한다. 인구 고령화와 철도공사화 및 구조조정, 정부의 각종 부실 운영 및 사용과 외국에 비해 낮은 연금 부담률도 한 요인이다. 안전행정부도 사회보장제도인 국민연금과는 달리 공무원연금은 후불임금과 인사정책적 성격이 있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공무원은 연금기금의 기여자로서 알 권리와 참여의 권리가 있다. 연금문제는 비밀유지가 필요한 정책이 아니라 100만 공무원과 40만 수급권자의 노후보장과 생존권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지금처럼 밀실에서 졸속적으로 추진될 게 아니라 이해당사자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매우 조심스럽게 진행돼야 할 이유다.

공무원연금은 국가가 공무원의 고용주로서 공무원의 노후보장을 위해 운영하는 제도다. 만일 정부가 국민적 합의와 당사자를 배제한 연금개악을 계속 시도한다면 한국노총을 비롯한 모든 공무원단체·시민단체들과 함께 강력히 저지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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