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의 임금협상 타결이 지연되면서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통상임금 협상 전망이 불투명해지고 있다.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집행부는 지난 2일 노사 교섭에서 일부 현장조직들이 협상장 앞에서 집회를 열어 교섭단회의와 교섭을 방해했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잠정합의안을 도출하는 것은 집행부의 권한인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한 재발방지책 마련 등 집행부와 현장조직 간 이견이 정리되지 않으면 추석연휴가 끝나더라도 교섭이 재개되기는 쉽지 않다. 다만 내부 수습이 이뤄진다면 2일 교섭에서 회사측이 던진 안을 중심으로 협상이 급진전할 가능성도 있다.

회사 제시안은 올해 임금협상이 끝나는 대로 ‘임금체계 개선 및 통상임금 개선위원회’를 만들어 내년 3월31일까지 통상임금 범위와 적용시점에 합의하자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대표소송이 끝나기 전이라 하더라도 노사합의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여부와 적용시점이 불명확하기 때문에 현장조직들이 반발하고 있다. 현대차에 앞서 합의를 도출한 한국지엠이나 쌍용자동차와도 비교된다.

그럼에도 현대차 노사가 이 같은 방안에 주목하는 것은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 그리고 통상임금 반환 대표소송 결과와 관련해 셈법이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대차 상여금 지급 시행세칙에 따르면 상여금 지급 기준일 현재 재직 중인 직원에게만 상여금을 주게 돼 있다. 또 기준기간(2개월) 내에 입사해 15일 미만을 일한 노동자에게는 상여금을 주지 않는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판시한 통상임금의 요건인 고정성에서 논란이 될 수 있다.

뒤이어 나온 고용노동부의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에 따르면 현대차 상여금은 통상임금이 아니다. 그런데 시행세칙 말미에는 퇴직자의 경우 실제 근무일수에 해당하는 만큼 상여금을 주게 돼 있어 통상임금 요건을 충족한다.

이처럼 시행세칙 내에서도 통상임금 요건과 관련해 충돌하는 조항이 있다 보니 노사 양측 모두 대표소송에서 이길 것이라는 장담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협상을 장기화하자니 지부로서는 부담이다. 노사합의가 안 된 상태에서 1심에서 패소하면 낭패를 볼 수밖에 없다. 반대로 회사 입장에서는 통상임금 적용시점을 문서에 명시하게 되면 소송 패소를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노사가 임금협약 유효기간이 끝나기 직전인 내년 3월31일까지 합의를 하자는 합의에 눈길을 돌린 배경이다. 지부 관계자는 “내년 3월 말까지 적용시점을 최대한 앞당겨서 합의해 소급분을 받으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노사가 합의에 이르더라도 대표소송 1심에서 이기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한편 현대차 노사가 '합의를 하자는 합의'에 공감대를 형성하면 기아차지부 등 다른 계열사노조들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현대차와 달리 상여금 통상임금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데도 모회사 노사의 합의가 적용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소송에서 노조가 이길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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