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 유가족 김영오씨가 특별법 제정 촉구 단식 22일째인 4일 낮 광화문광장 농성장에서 소금을 먹고 있다. 정기훈 기자

세월호 특별법이 표류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유가족이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 5일 현재 23일째다. 지난달 17일 단원고 2학년 학생 고 이창현군의 아버지를 비롯해 4일까지 유가족 6명이 단식농성 중 쓰러졌다.

하지만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국회 안팎의 상황은 악화일로다. 5~8일로 예정된 청문회도 증인채택 문제로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가 정치권과 시민사회에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고 나섰다.

◇"보상 아닌 진상규명, 국회는 책무 다하라"=가족대책위는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다시 한 번 촉구했다. 가족대책위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오늘로 111일째인데, 진상에 한 발도 다가서지 못한 채 의혹만 확산되고 있다”며 “가족들이 원하는 것은 보상이 아닌 진상규명인 만큼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우리를 살피겠다면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족대책위는 이어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정호성 청와대 1부속비서관·유정복 인천시장을 청문회 증인으로 채택하라고 요구했다. 유병화 가족대책위 부위원장은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 등 정치일정에 여·야가 발목이 잡혀 (정치권의) 책무를 방기했던 시기는 끝났다”며 “세월호 참사가 정부 등의 불법행위로 벌어진 인재와 살인행위였음이 분명한 만큼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다.

◇손 놓은 정치권, 결집하는 시민사회·종교계=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힘을 결집하고 있다. 국민대책회의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투쟁계획을 발표했다.

국민대책회의는 “우리 모두가 세월호 가족들의 또 다른 가족”이라며 “더 많은 사람들이 하루 단식에 동참하고, 특별법 제정을 위한 서명을 받아 국회와 정부의 무능함을 알려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국민대책회의는 릴레이 하루 단식·문화공연·촛불집회·선전전에 시민들이 참여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복절 당일인 15일에는 전국 곳곳에서 10만여명이 참여하는 범국민대회를 진행한다.

가수 김장훈씨도 이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에 합류했다. 김씨는 SNS를 통해 "세월호 특별법도 유야무야되는 작금의 현실에서 마음을 다잡고 처음부터 시작하는 의지로 단식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김씨는 이날부터 7일까지 1차 단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달 14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종교계도 세월호 특별법을 제정하라고 외쳤다. 천주교 인권위원회와 가톨릭농민회 등 평신도 단체들은 “16일 광화문 시복미사 이전에 유가족들이 바라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모든 주교님들이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노동계는 세월호 특별법과 케이블방송 비정규 노동자들의 농성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의 관심을 주문했다. 이들은 5일 오전 광화문광장에서 ‘교황님, 낮은 데로 임하소서’ 기자회견을 연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은 16일 광화문광장에서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순교자 123위 시복미사’를 주례할 예정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한을 앞두고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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