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산업재해 중 81%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50인 미만 영세업체에서 빈발하는 산재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 <매일노동뉴스>가 안전보건공단과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공동기획을 마련했다. 산재예방요율제를 중심으로 10회에 걸쳐 비정기적으로 게재한다.<편집자>

-----------

 

 

산업재해에 취약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재해율이 0.1%만 떨어져도 산재노동자를 연간 9천명 줄일 수 있다. 30일 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재로 다치거나 목숨을 잃은 사람은 9만1천824명. 이 중 81%가 50인 미만 중소기업 노동자다.

지난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를 당은 노동자는 7만4천800여명이다. 재해율은 0.86%. 50인 이상 사업장 재해율(0.25%)의 3배를 웃돈다. 산술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재해율을 0.1%만 줄여도 전체 산재노동자가 8천750명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은폐된 산재사고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훨씬 많은 산재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2005년부터 2010년 6월까지 5년간 산재은폐 적발건수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은폐가 7천121건으로 전체의 79%를 차지했다. 대형 조선소나 건설업체들이 산재사고가 3번 발생하면 업체를 퇴출시키는 이른바 '3진 아웃 퇴출제'를 암암리에 시행하고 있어 산재은폐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재는 왜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될까

50인 미만 사업장에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보건실장은 "산업안전보건법이 있어도 50인 미만 사업장은 구멍으로 다 빠져나간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은 안전관리자나 보건관리자 선임의무를 면제받는다. 사업장에 안전과 보건을 책임지는 관리자가 없다는 말이다.

규모가 영세해 별도의 안전·보건관리자를 선임하기 어렵다면 사업주의 안전보건의식이라도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조 실장은 "산재사고가 터져도 사업주들은 '어쩌다 운이 없어서'라고 치부한다"며 "영세한 사업장일수록 안전보건에 대한 투자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실제 대다수 사업주들은 산재예방을 위해 투입되는 비용보다 산재 이후 처리비용이 더 적게 들어간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허술한 법망과 이윤을 좇는 사업주의 낮은 안전보건의식이 50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 발생을 집중시키는 원인이라는 지적이 잇따르는 배경이다.

게다가 직원이 적은 영세 사업장이라도 대형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2012년 10월 유해화학물질 누출사고로 5명의 노동자가 숨진 휴브글로벌 불산누출사고가 대표적이다. 해당 사고로 구미 4공단에서 1천359명의 노동자가 불산에 직접적으로 노출됐고, 구미지역 주민의 건강과 지역 생태계에 치명적인 위협을 끼쳤다. 휴브글로벌은 연간 165톤의 불산을 다뤘음에도 화학공장의 화재·폭발·누출 등 중대산업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가 작성해야 하는 공정안전보고서(PSM)는 제출하지 않았다. 산업안전보건법이 상시근로자가 5명 미만이면 의무제출 대상이 아니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고 당시 휴브글로벌 상시근로자는 7명이었다. 하지만 설립 당시 5명 미만이어서 공정안전보고서 제출 의무가 없었다.

고용노동부의 관리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설립 이후 4년 동안 작업환경 측정을 실시한 적이 없었고, 노동부의 지도감독도 받지 않았다. 노동부는 끔찍한 사고가 구미 전역을 쓸고 지나간 뒤에야 공정안전보고서 의무제출 대상을 1톤 위험물질 취급 사업장으로 바꿨다.

위험은 떠넘기고 책임은 모르쇠 … '위험 외주화'의 비극

산업구조와 고용형태의 변화도 50인 미만 영세 사업장에 산재가 집중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권용준 공단 산업안전실 기술인증팀장은 "열악한 사업장에서 산재가 빈발하는 것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 왔던 일"이라며 "다만 통계적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가 집중되는 원인은 산업현장에서 아웃소싱이 확산된 것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했다.

권 팀장은 "대기업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공정을 외주화하면서 안전에 대한 책임과 비용까지 분담하지는 않는다"며 "예컨대 한 업체에서 100억원 규모의 아웃소싱을 추진한다면 과연 안전비용까지 외주화 비용에 포함됐을까 의문"이라고 말했다. 위험의 외주화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산재 쏠림현상을 가속화하는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50인 미만 사업장의 산재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높아지고 있다. 전체 산재발생 건수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95년 74%에서 2008년 78.3%, 2011년 82.4%로 상승곡선을 그렸다.

기업들이 업무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외주화하고, 또 '안전'을 비생산적인 비용으로 간주하면서 위험은 고스란히 하청노동자들이 떠안게 됐다. 지난해 삼성전자 불산 누출사고나 여수산업단지 대림산업 폭발사고 모두 하청업체에서 빚어진 참사였다.

지난해 한 해 동안 10명의 산재사망자가 발생해 시민단체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된 현대제철에서도 대부분 하청노동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안전관리 업무마저 외주화되는 실정이다. 97년 기업활동 규제완화에 관한 특별조치법(규제완화특별법)이 제정되면서 모든 사업장에서 안전관리를 대행기관에 위탁할 수 있게 됐다. 각종 안전점검과 계획서·보고서를 대행기관이나 컨설팅회사에 위탁하고 검사나 인증도 전문기관에 맡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행기관은 사업주가 선정한다. 제대로 된 점검을 하거나 개선하기가 쉽지 않은 구조다. 사업주의 요구에 종속되는 안전·보건 관리업무가 제대로 이뤄질 리 없다.

세월호 참사 이후 안전 인식 달라졌지만…

그런 가운데 올해 4월 세월호 참사로 안전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 경영계도 산업재해가 자칫 기업 존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다. 최근 대기업들이 앞다퉈 안전인력 확보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현대중공업은 대표이사 직속 안전환경실을 신설하고 담당임원을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하청업체 안전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안전전담요원을 기존 80명에서 210명으로 두 배 이상 늘렸다.

대우조선해양은 매주 경영진과 하청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안전경영회의'를 연다. 아울러 안전·보건·환경 전담인력 380여명을 새로 배치해 생산조직 안전 책임제를 실시하고 있다.

2012년 8명의 목숨을 앗아 간 대형 산재사고를 일으켰던 LG화학은 안전환경진단팀을 꾸리고 안전환경 담당임원을 새로 선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올해 환경안전 전문인력 162명을 보강했다. 현대자동차는 국내 모든 사업장에 안전점검 전담부서를 만들어 인력충원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역시 산업재해가 집중되는 중소기업들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올해 5월 '중소기업 전진대회'를 '중소기업 안전문화 확산 및 경제활력 다짐대회’ 로 이름을 바꿔 개최한 것을 제외하면 중소기업 상당수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별다른 실행방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다. 권 팀장은 "중소기업은 안전인력 확보나 안전시설에 투자할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산업안전보건 부문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 두 번째 기획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 산재예방 지원사업과 예방프로그램을 소개합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