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향군인회상조회 소속 장례지도사인 최윤구(35)씨는 90일이 넘도록 집이 아닌 병원 장례식장을 찾고 있다. "노조의 파업이 끝날 때까지 재향군인회상조회와 장례계약을 맺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기 위해서다. 그가 속한 민주노총 서울본부 소속 서울일반노조 재향군인회상조회분회(분회장 박중철)는 지난 4월5일부터 사측에 표준근로계약서 도입과 노조활동 보장을 담은 단체교섭 체결을 촉구하며 파업을 벌이고 있다.

10일 분회에 따르면 재향군인회상조회는 퇴역군인단체인 대한민국재향군인회 산하 상조서비스업체다. 이곳의 장례지도사들은 '의전팀장'으로 불리며 장례상담부터 입관·발인·장지동행에 이르는 모든 장례 과정을 총괄한다. 이들은 3일장을 기준으로 한 달에 보통 6차례의 장례를 진행하고 150만~200만원의 급여를 받았다.

그런데 사측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모집하고는 근로계약서는 1년짜리 계약서를 쓰게 했다. 회사 홈페이지 채용공고는 고용형태를 정규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발급한 계약서는 계약기간을 1년으로 한정하는 '고용계약서'였다.

지난해 해당 조항을 근거로 한 직원이 해고됐다. 이후 사측이 장례지도사들의 소속을 외주 장례업체로 변경하는 내용의 아웃소싱 계획을 발표하면서 직원들의 고용불안감이 높아졌다.

장례지도사들은 지난해 5월 분회를 설립하고 아웃소싱 반대와 계약기간 조항을 삭제한 표준근로계약서 도입을 포함한 단체협약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사측은 내용 변경 없이 오히려 해고요건을 강화한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해고와 징계 요건에 해당하는 '의전팀장 금지행위 조항'을 60여개로 대폭 확대했다. 게다가 장례 발생시 미온적 대응, 기타 사유로 인한 고객불만 발생 등 금지행위 기준이 모호하다는 것이 분회의 입장이다.

분회가 석 달 넘게 파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사측은 외주 상조업체의 장례지도사를 고용해 장례업무를 대행시키며 교섭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국고보조금을 받는 재향군인회 산하 업체가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토로했다. <매일노동뉴스>는 이와 관련한 입장을 듣기 위해 사측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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