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전주 신성여객 해고자 진기승씨가 사망한 지 20여일이 지나도록 장례를 치르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진기승씨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지난 21일 전주에서 열고, 정치권과 전주시에도 사태 해결을 요구하고 있지만 신성여객이 '선 업무복귀 후 대화'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노총 "버스업계 노동탄압 문제 해결하겠다"=22일 민주노총에 따르면 전날 오후 전북 전주종합경기장 앞에서 '진기승 열사 정신계승! 노동탄압 분쇄!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동계의 요구를 거부하고 있는 신성여객과 전주시·정치권에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했다. 이날 대회에는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이상무 공공운수노조·연맹 위원장을 비롯해 2천500여명의 조합원들이 참석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회에서 "진기승 열사는 버스업계의 참담한 노동현실과 부조리한 노사관계를 개선하고자 노조활동을 시작했지만, 회사의 거센 탄압을 받고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민주노총은 열사가 염원하던 버스업계의 노동조건 개선과 해고자 복직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28일 총궐기대회를 열고 7월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북지역 문화예술인 194명은 20일 '진기승 버스노동자 명예회복과 노동인권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선언문'을 발표하고 "'누가 죽으라고 했냐', '열 받아서 죽으면 다 열사냐' 등의 망언을 일삼으며 사과조차 없는 신성여객은 진기승 열사 앞에 사죄하고 전주시는 버스 문제를 당국의 책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당해고·회유·협박에 대한 사과부터"=노동계가 신성여객에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이유는 사측이 진씨를 부당해고한 것도 모자라 회유와 협박, 인격모독을 가하며 모멸감을 줬다는 판단에서다.

진씨는 2010년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신성여객지회에 가입해 적극적으로 활동하다 2012년 2차 버스파업 당시 폭행사건에 휘말리면서 그해 6월 구속됐다. 두 달여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사측은 같은해 10월 그를 해고했다. 이후 전북지방노동위원회가 부당해고 판정을 내리자 사측은 다시 징계위원회를 열어 진씨를 재징계했다. 그는 복직투쟁을 벌이던 중 올해 4월30일 전북 전주시 신성여객 정문 국기봉에 목을 매고 자살을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회사가 진씨에게 "민주노총을 탈퇴하면 복직시켜 주겠다"거나 "무릎을 꿇으면 복직시켜 주겠다"는 등 회유와 협박을 가한 사실이 드러났다.

진씨가 혼수상태에 빠진 지 33일 만인 이달 2일 숨을 거두면서 신성여객지회는 노동탄압 중단과 사과, 재발방지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사측은 "먼저 업무복귀부터 해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회는 진씨가 사망한 다음날인 3일부터 이날까지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다. 승무거부 투쟁이 지속되자 신성여객은 지난 4일 일부 버스를 전주 월드컵경기장으로 옮겨 놓고 임시차고지로 사용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전북본부 관계자는 "신성여객이 노동자들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는 게 문제"라며 "회사가 부당해고와 회유·협박을 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하면 유족보상이나 재발방지 얘기는 쉽게 풀릴 수 있는데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성여객은 최근 승무거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에게 "23일까지 업무에 복귀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공윤식 공공운수노조 전북버스지부 수석부지부장은 "김승수 전주시장 당선자도 중재 자리를 마련하려고 나서고 있는데, 한명자 대표이사가 요지부동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며 "회사는 노동탄압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를 먼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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