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지난주 새로운 장관이 지명됐다. 소문은 있었지만 ‘지방선거 평가 인사’에다 ‘제2기 내각’이라는 제목에 가려 고용노동부 장관이 교체될지는 발표 당일까지도 알 수 없었다. 결국 전 노동부 차관인 이기권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이 새로운 장관으로 내정됐다. 논문 표절에다 국가관이 의심되는 다른 내정자들과는 달리 깊은 경륜에다 추진력까지 갖춘 인물이라는 짤막한 기사가 간혹 눈에 뛴다.

노사 모두에게 바람직하면서도 새로운 노동정책을 집행해 줄 장관을 희망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 노동부는 전혀 존재감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1년4개월 남짓 노동부에서는 노조와 노동자들을 위한 행정을 찾기 어려웠다. 언젠가 사용자측 의견을 대변하는 부서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 때도 있었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통상임금에 관한 행정해석이 그 예다.

지난해 초만 하더라도 사실 작은 기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의 노동정책이 너무나 심각했던 탓이다. 쌍용자동차 정리해고부터 컨택터스 사태에 이르기까지 그 이전 권위적인 정권에서도 없었던 일들이 자행된 시기였다. 그럼에도 이를 감독해야 할 정부는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랜 기간 노동과 복지 연구에 힘쓴 장관에게 기대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결과는 아무것도 없었다. 노동권에 대한 이해가 과연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갖지 않는 자가 있었으랴. 전교조를 노조로 인정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해 지난해 12월 민주노총 침탈을 두둔하는 것을 보고는 모두들 확신했을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고.

이 같은 상황이기에 새로운 장관에 대한 희망을 갖고 싶다. “거대한 정부조직과 이를 이끌어 가는 정부 기조가 우선이지 일개 수장이 무슨 역할을 할 수 있겠는가”, “지명자는 지난 정부에서 노동정책 입안에 대해 책임을 졌는데 현재의 혼란은 그 당시 도입된 제도 탓 아닌가”라는 반론도 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에는 똑같지 않느냐”, “그러게 바랄 걸 바라야지”라는 비난을 받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시기 그러한 희망도 가질 수 없다면 무슨 낙으로 살 것인가. 희망이 기적으로 바뀌기를 소망한다.

먼저 이기권 내정자의 이력은 나름 특징이 있다. 노동부가 출범한 이후 대부분 정치인들로 메워졌던 것과는 다르다. 현재의 노동문제와 갈등양상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노동행정에도 전문가가 필요하다. 내정자의 이력을 볼 때 이를 잘 해결할 수 있어 보인다. 노동부 차관까지 노동부에서만 일해 왔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와 정부출연기관이기는 하지만 한국기술대도 경험했다. 정부에서 하지 못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이기권 내정자가 장관으로 취임한다면 수많은 노동현안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공공기관 정상화 대책과 통상임금 문제부터 정리해고 제도개선과 위장 불법파견 문제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 당장은 내년에 적용할 최저임금을 고시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통상임금기준에 관한 행정해석을 폐기하고 정상화라고 이름을 붙인 공기업 정책을 폐기하는 것이 첫 번째 정책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은 노동자들을 위해 정책을 펴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누가 뭐래도 노동부는 노동자 편에 서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어떨까. 선언하는 자리에서 “지난해 민주노총 침탈에 반대하지 않은 점에 대해 사과합니다”라고 말했으면 좋겠다.

결국 노동정책의 기본은 열세인 노동자가 사용자와 상대해 더 발전된 단체협약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노조가 없을 경우 그 설립을 지원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이런 기준에 현재의 노동부는 한참 모자란다. 노동부는 고용노동부로 개칭을 한 뒤 다른 업무를 하느라 바쁘다며 정작 해야 할 일은 도외시하고 있지는 않은가. 노동부가 노동 3권 보호 등 노동자 보호를 위한 본연의 자리로 돌아가기를 희망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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