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기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을 높이겠다며 정부가 확산을 주도한 퍼플잡. 시간제 일자리나 재택근무 같은 유연근무제를 가리키는 퍼플잡은 빨강과 파랑을 섞어 나오는 보라색 일자리라는 뜻으로 일과 가정의 조화를 상징한다. 그런데 퍼플잡의 뚜껑을 열어 봤더니 고령층과 청년층에서 불안정 고용만 대거 늘어난 것으로 드러났다.

통계청은 '2013년 유연근무제 활용 현황'을 18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기준으로 임금노동자 1천848만9천명 중 297만명(16.1%)이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연근무제 유형을 보면 주당 근로시간이 30시간 이하인 시간제근로가 66.7%로 가장 많았다.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하는 시차출퇴근제(12.1%), 하루 근로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해 주당 소정근로시간을 채우는 선택적 근무시간제(8.4%)가 뒤를 이었다.

유연근무제 활용은 여성노동자(22.5%)가 남성노동자(11.2%)보다 두 배 이상 많았지만 육아기 여성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 미혼(16.8%)이 기혼(15.8%)보다 유연근무제를 활용하는 비율이 높았기 때문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절반(48.9%) 가량이 50대 이상에서 유연근무제를 활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60대 이상(33.7%)과 50대(15.2%)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5~29세 청년층은 19.4%를 점했다. 유연근무제가 육아기 여성과는 관련이 없다는 방증이다.

직업별로는 단순노무종사자(28.1%)와 서비스·판매종사자(25.1%)가 절반을 차지했다. 고용형태별로는 임시·일용직이 31.8%로 상용직(7.3%)의 4배를 웃돌았다. 유연근로제 활용이 고령·청년층 비정규직에 집중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통계청이 실업자와 비경제활동인구 등 비취업자를 대상으로 시간제 일자리 취업 여부를 조사했더니 11.1%(185만7천명)만 동의했다. 시간제 일자리 취업을 희망한 비취업자는 남성(12.0%)이 여성(10.7%)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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