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김미희
통합진보당 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지난 10일 보건복지부는 의료법인의 부대사업을 확대하는 내용의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목적 자법인 설립 운영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허용된 부대사업 범위도 기존의 의료 관련 임대·판매업이나 환자와 이용객의 편의시설 설치가 아닌 목욕장·수영장·숙박업·건물임대 등 돈만 되면 무엇이든 허용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이번 ‘부대사업 무제한 허용’으로 공공성이 생명인 의료기관과 병원은 무제한 돈벌이 경쟁에 내몰리고 가뜩이나 높은 의료비 지출로 힘겨운 국민 부담 또한 무제한으로 늘어나게 될 것이다.

기형적인 대한민국 의료시스템

현재 수도권 대형병원, 그중에서도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서울대·현대아산·삼성·연대세브란스·가톨릭병원 등 빅5에 전국의 경증·중증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난 이유는 치료 중심의 보장성 강화라는 미명하에 대형병원에게 규제 없는 보상을 해 줬고 부대사업과 병상 늘리는 것을 정부가 앞장서서 도와줬기 때문이다. 그러는 동안 지방의료원은 지원을 받지 못해 적자에 허덕이고, 일하는 노동자들 월급도 못 주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시설도 낙후해 갔다. 지방의료원이 저렴한 비용에 좋은 의료진과 좋은 시설을 갖추도록 국가는 만들어 주지 않았다.

지난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중 하나인 103년 전통의 진주의료원을 강제폐업하면서 내세운 이유는 적자였다. 공공재인 의료서비스를, 국민 누구나 아프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는 의료를 사업수단으로 보는 왜곡된 시각이 진주의료원을 사라지게 한 것이다.

지금 국가는 지방의료원 운영비를 지원하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를 착한 적자라고 말했지만 착한 적자를 해결해 줄 의사는 없는 모양이다. 지난해 지방의료원 운영비를 국고로 지원하자는 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제2의 진주의료원 사태가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의료 민영화, 투기자본·재벌의 배 불린다

정부가 원격의료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대상은 장기간 진료가 필요한 고혈압·당뇨병 등 만성질환자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어려운 노인·장애인 등이다. 농어촌지역 보건소에 의사·간호사를 충분히 배치해서 찾아가는 진료, 찾아가는 간호를 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에도 정부는 원격의료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원격의료를 하려면 기본적인 장비가 필요한데, 재벌기업이 납품을 준비 중이다. 즉 박근혜 정권이 투자활성화라는 말로 포장해 재벌기업 의료기기 판매에 혈안이 돼 있는 것이다.

또한 의료법인 경영난을 개선하기 위해 영리자회사 설립을 허용하겠다고 한다. 병원의 폐업률이 증가하는 이유는 주요 도시에 무분별하게 병상이 증축되도록 방관했고, 환자가 줄어든 지금 경영악화로 문을 닫는 병원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정부의 이런 의료 민영화 정책은 기업에서 병원을 하나의 계열사로 운영하게 허용하는 것이다. 제품은 의료서비스, 소비자는 환자다. 당연히 환자가 돈으로 보이는 현상이 일어난다.

의료 민영화의 본질은 투자활성화라는 탈을 쓰고 국민의 건강을 돈벌이로 삼은 투기자본과 재벌의 배 불리기가 본질이다. 당연히 의료비는 상승할 것이고 아파도 돈 때문에 병원에 가지 못하는 재앙이 일어날 것이다. 우리나라 의료전달체계가 붕괴될까 우려스럽다. 그래서 통합진보당을 비롯한 야당·보건의료단체·시민단체, 그리고 많은 국민이 격렬하게 저항하고 있는 것이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공공의료 활성화

국민의 건강권 수호를 위해서는 기형적인 의료구조를 바로잡고 공공의료를 확대해야 한다. 보건소·동네병원·의원을 찾아 1차 진료를 받고 해결이 안 될 경우 2차, 그리고 대형병원으로 가는 단계적인 진료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적정한 비용으로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공공의료기관을 확충하고 정상운영을 지원한다면 개인부담이 줄어들면서 아픈 몸을 방치하는 슬픈 일이 줄어들 것이다.

돈보다 생명을, 이윤보다 안전을 먼저 생각하는 '사람을 살리는 정치'가 절실하게 필요하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