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바노조와 청년유니온, 민주노총 전국민간서비스산업노조연맹이 국제패스트푸드노동자의 날을 맞아 15일 오전 서울 신촌로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생활임금 지급과 권리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했다. 맥도날드 캐릭터 분장을 한 참가자가 상황극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경기도 수원지역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는 이아영(22·가명)씨는 배치쿠커(batch cooker·그릴담당) 역할을 맡은 날이 가장 괴롭다. 컴퓨터가 제어하는 그릴은 쇠고기 육즙이 빠지지 않는 최적의 온도인 섭씨 69~74도로 항상 달궈져 있다. 이씨는 그릴 앞에서 에어컨도 없이 구슬땀을 흘리며 일한다. 그런 탓에 배치쿠커들은 얼음주머니를 목과 이마에 대면서 더위를 식힌다. 이도 손님이 없을 때 얘기다.

◇‘맥노예’ 임금은 시급 5천210원=손님이 밀려드는 정오부터 오후 2시까지인 런치타임에는 정신이 쏙 빠질 지경이다. 3가지 패티 종류에 따라 굽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불고기버거·쿼터파운드버거·빅맥 등 주문에 맞게 구워야 한다. 정신없이 굽다 보면 그릴이나 패티에 손을 데기 일쑤다. 배치쿠커를 맡은 날에는 하루 종일 패티만 굽고, 빵 굽는 역할을 맡을 때는 하루 종일 빵만 굽다 집에 간다.

맥도날드는 주문과 동시에 조리하는 MFY(Made For You)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모든 조리과정은 SOC(Station observation checklists) 매뉴얼을 통해 관리된다. 즉 맥도날드는 자동차공정의 컨베이어벨트처럼 햄버거 조리과정에 따라 업무가 정확히 분리돼 있다.

맥도날드에서 근무하는 크루(아르바이트생)들은 스스로를 ‘맥노예’라고 부른다. 맥도날드 햄버거 벨트에서 근무하는 크루들의 임금은 최저임금인 시급 5천210원이다. 이씨는 “하루 종일 일하면 땀으로 범벅이 되기 때문에 모자를 쓰고 친구를 만나러 간다”며 “친구들이 햄버거 냄새가 난다고 놀려 마음이 아팠던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 비롯해 세계 35개국 공동행동=15일 ‘제1회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을 맞아 청년유니온·서비스연맹을 비롯한 노동·시민단체가 "패스트푸드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생활임금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맥도날드 매장 앞에서 ‘세계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 한국행동’ 기자회견을 열고 “업계 매출 1위인 맥도날드는 2012년 1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지만, 맥도날드 노동자들은 최저임금을 받으면서 열악하게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패스트푸드 노동자의 날은 지난해 8월 미국 전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7.25달러에서 15달러로 인상해 달라고 요구하며 파업을 벌인 것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국제식품연맹(IUF)은 이달 6일 미국 뉴욕에서 '패스트푸드 노동자 국제회의'를 열고 공동행동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15일 일본·미국 등 35개국의 패스트푸드 노동자들이 생활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에서 “패스트푸드 회사는 노동자에게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를 지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맥도날드 노동시간 '꺾기'에다 초과근로도 인정 안 해”=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수연(24·가명)씨가 노동실태를 증언했다. 김씨는 “한 주간 15시간 이상 2주 동안 일했는데도 급여명세서에는 주휴수당이 0원으로 찍혀 있었다”며 “오후 7시까지 일하기로 했는데 손님이 없어 매니저가 강제로 퇴근시키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1주 15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에게는 일주일에 하루 유급휴일이 부여된다.

이들 단체는 “맥도날드 한국지사가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근무시간표를 조작하는가 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조기퇴근을 시키고 당일 휴무를 통보하는 등 ‘꺾기’를 해 왔다”고 비판했다.

'꺾기'는 아르바이트 사업주가 손님이 없는 시간 동안 시급을 주지 않기 위해 매장 밖으로 내보내 휴식을 주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 단체는 매출의 8% 이내에서 인건비가 나가도록 한 맥도날드의 내부방침을 원인으로 꼽았다. 인건비를 매출의 8% 이내에서 지급하도록 묶어 둔 탓에 초과근로수당·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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