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1일은 어머니날이다. “세상에서 누구보다도 나를 위해 가장 많은 것을 해 준 사람”인 세상의 어머니들을 기리기 위해 백여 년 전 미국에서 처음으로 기념하기 시작했다. 어머니날을 맞아 국제노동기구(ILO)는 가장 좋은 선물이 무엇인가를 묻고는 모성보호를 위한 법·제도가 그 답이 될 수 있다고 제안한다. ILO는 일터의 모성보호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출산휴가 △현금 및 의료 지원 △고용보호 및 차별금지 △건강 보호 △수유공간 확보를 내세운다. 이를 위해 ILO는 1919년 제3호 협약, 1952년 제103호 협약, 2000년 제183호 협약 등 3개의 모성보호 협약을 발전시켜 왔다.

ILO 협약 제183호

1919년 ILO 창립과 동시에 제정된 제3호 협약은 나이·국적·결혼에 관계없이, 그리고 결혼과 출산의 적법성에 상관없이 △출산 후 6주 안에 일을 해서는 안 되고 △6주 안에 출산할 수 있다는 진단서가 있는 경우 일을 쉴 수 있으며 △산모와 아기의 건강유지에 필요한 급여를 제공해야 하고 △근무시간에서 하루 2번 각 30분씩의 수유시간을 허용해야 하며 △임신이나 출산으로 인한 질병 때문에 결근하는 동안 해고 통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했다.

1952년 제정된 제103호 협약은 △병원진단서를 제출할 경우 출산휴가를 받을 권리를 가지고 △출산휴가는 최소 12주로 하되, 여기에는 출산 이후의 의무휴가 기간이 포함되며 △출산 후 의무휴가 기간은 법령으로 정하되, 어떤 경우에도 6주 미만이어서는 안 되고 △실제 출산일과 예정일에 차이가 있더라도 이를 이유로 산후 의무휴가 기간을 줄여서는 안 되며 △임신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서는 국내 법령으로 산전 추가 휴가를 주어야 하고 △출산으로 인한 질병에 대해서는 산후의 휴가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정했다.

2000년 제정된 제183호 협약은 △회원국 정부는 사용자 및 노동자 단체와 협의해 임신 및 수유여성이 모성과 아이의 건강에 해롭다고 당국이 결정했거나 그에 상당한 위험이 있다고 평가된 업무를 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하고 △14주 이상의 출산휴가를 주어야 하며 △모성과 아이의 건강 보호를 위하여 출산 후 의무휴가 기간은 6주로 하고 △실제출산일이 출산예정일보다 늦은 경우 그 차이만큼 출산 전 휴가기간을 연장하되, 이를 이유로 출산 후 의무휴가 기간을 줄여서는 안 되고 △출산휴가로 결근한 여성에게 현금급여를 제공하되, 그 수준은 여성과 아동의 건강과 생활수준을 적절히 유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모성보호를 위한 ILO 협약 3개 중 어느 것도 비준하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모성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법률로는 근로기준법 제74조와 제75조를 꼽을 수 있다. 출산휴가는 출산 전후를 통틀어 90일로 ILO협약 제183호가 명시한 14주에 1주 정도 모자란다. 휴가 기간의 배정은 출산 후에 45일 이상이어야 하는데, 이는 ILO 협약이 규정한 6주보다 조금 길다. 사용자는 임신 중의 여성 노동자에게 시간외근로를 하게 해서는 안 되고, 노동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 쉬운 종류의 근로로 전환시켜야 한다. 또한 생후 1년 미만의 아기를 둔 여성 노동자에게 1일 2회 각각 30분 이상의 유급 수유시간을 줘야 하며, 임산부 정기건강진단을 받는 데 필요한 시간을 허용하고 그 임금을 삭감해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 제대로 시행되고 있나

임신 후 12주 이내 또는 36주 이후에 있는 여성 노동자가 1일 2시간의 근로시간단축을 신청하는 경우 이를 허용하되, 이로 인한 근로시간단축을 이유로 해당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할 수 없다. 해당 조항은 올해 3월24일 신설돼 상시 300명 이상 노동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서는 9월25일부터, 300명 미만 사업장에서는 2016년 9월25일부터 시행된다.

대한민국 정부는 ILO 협약 제183호를 비준해 관련 법·제도를 국제수준에 맞게 개선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시에 근로기준법을 비롯해 모성보호를 규정한 관련법이 비정규직·영세 사업장을 비롯한 모든 일터에서 제대로 시행될 수 있도록 노동조합·사용자단체와 공동캠페인을 벌여야 한다.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the rule of law), 즉 법치다. 다수 국민에게 좋은 법은 지키고 다수 국민에게 나쁜 법은 없애는 게 법치다. 세월호 참극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탐욕이 망쳐 놓은 우리나라 법치의 실체를 선명하게 보여 줬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나라는 ‘엄마하기 좋은 나라’다. 이 땅 모든 엄마의 가슴에 끔찍한 구멍을 낸 세월호 참극의 교훈을 어떻게 새기고 그 과제를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어머니날을 맞아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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