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

 

김종보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세월호 침몰사건으로 온 국민의 마음에 깊은 아픔이 새겨졌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 역시 지금도 차가운 바다에 갇혀 있는 우리 아이들과 실종자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고 비통합니다. 사고의 원인에 대해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아직도 우리는 그들이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도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은 생명이고 건강입니다. 그리고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 바로 ‘보건’과 ‘의료’입니다. 우리는 가족이 아프고 힘들 때 하루라도 빨리 건강해지기를 기도합니다. 수술을 받게 되면 수술이 잘되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고, 누군가 입원이라도 하게 되면 병상 옆 좁은 간이침대에서 새우잠을 잡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의사선생님이 하자는 대로 합니다. 한편으로는 의료비를 걱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아픈 가족을 생각하며 애써 돈 걱정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요. 우리는 재난적 의료비(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가구의 가처분 소득 중 40%를 의료비로 지출해야 하는 경우)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있지만,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해서는 기꺼이 재난을 이겨 내려고 합니다.

그러나 폭탄처럼 떨어지는 의료비 재난을 이겨 내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여기에 더해 의료법인이 영리자회사를 설립할 수 있게 되면, 그 의료법인이 설립한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의료에 더해 영업을 해야 하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와 가족들에게 전가돼 의료비가 폭등할 것이라는 점은 거의 분명하게 예상됩니다. 환자가 빨리 낫기 위해 영리자회사가 만든 건강식품을 먹어야 하고, 영리자회사가 만든 의료기기를 이용해야 하고, 영리자회사가 운영하는 목욕탕이나 재활시설을 이용해야 할지 모릅니다. 가족의 생명과 건강을 위한 일인데 돈을 아낄 수는 없으니까요.

하지만 정부는 보건산업 발전이라는 명목 아래 영리자회사에서 돈을 벌어 의료법인으로 수익금이 들어오면 환자들의 의료비 부담이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영리자회사가 돈을 버는 곳이 바로 의료법인이 운영하는 병원이라는 점은 은근슬쩍 빼먹으면서요.

생명과 건강이 이윤추구의 수단이 되는 순간, 돈은 생명보다 우선하게 됩니다. 그래서 의료법 시행령 제20조는 “의료법인 등의 사명”이라는 제목 아래 “의료법인과 법 제33조2항4호에 따라 의료기관을 개설한 비영리법인은 의료업(법 제49조에 따라 의료법인이 하는 부대사업을 포함한다)을 할 때 공중위생에 이바지해야 하며, 영리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해 의료법인에게 영리추구를 하지 말 것을 사명으로 부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의료법 제50조는 “의료법인에 대해 이 법에 규정된 것 외에는 <민법> 중 재단법인에 관한 규정을 준용한다”고 규정해 의료법인이 ‘비영리법인’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고, 의료법 제49조1항은 “의료법인은 그 법인이 개설하는 의료기관에서 의료업무 외에 다음의 부대사업을 할 수 있다. 이 경우 부대사업으로 얻은 수익에 관한 회계는 의료법인의 다른 회계와 구분해 계산해야 한다”고 규정해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의료법인은 의료에 충실해야 하고, 법에서 정한 부대사업 이외에는 별도의 수익사업을 하지 말라고 못 박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의료법은 돈보다 생명을 우선하라고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처럼 의료법이 의료법인의 영리추구 행위를 금지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의료법을 무시한 채 가이드라인을 만들기만 해도 비영리법인인 의료법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비영리법인이 영리법인(회사)을 세울 수 있다는 주장은 마치 종교단체가 선교를 잘하려면 돈이 필요하니 회사를 세워 돈을 벌겠다는 주장과도 같습니다. 돈보다 생명을 중시해야 한다는 우리 사회의 목표와 의료법의 목적을 완전히 무시한 발상입니다.

정부는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 허용 정책이 다양한 비판에 부딪치자 세법상 성실공익법인의 요건을 적용해 영리자회사 남용을 방지하고, 부대사업의 범위를 원래의 계획보다 축소하겠다는 대책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뚫린 둑을 막기 어렵고, 한 번 허용된 영리자회사는 되돌리기 어렵습니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규제를 피하려고 할 것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대책은 의료 영리화 문제를 은폐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건강이 돈의 볼모가 돼 버리면, 온갖 대책은 쓸모가 없습니다. 정부는 떠나 버린 가족과 손에 쥐어진 의료비 청구서를 책임지지 않습니다. 정부의 의료 영리화 정책은 법과 원칙을 무시한 것입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