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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속기고-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⑨] 현장에서 느끼는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의 문제점이보라 서울시동부병원 내과 과장(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조직국장)
이보라  |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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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4.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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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라
서울시동부병원
내과 과장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조직국장)

지난해 연말 철도 민영화 논란에 이어 최근 의료 민영화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 민영화가 아니라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주장한다.

영리를 추구하면서도 철도 민영화는 아니라는 논리와 일맥상통한다. 반면 시민·사회단체는 '의료 민영화 반대 100만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동계는 정부가 영리추구 위주의 의료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지 않으면 6월 총파업을 통해서라도 저지한다는 방침이다.

<매일노동뉴스>와 보건의료노조는 공동기획으로 '의료 민영화 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연속기고를 마련했다.<편집자>

나는 대한민국에서 6%밖에 안 되는 ‘공공병원’이라는 희귀한 병원에서 일하는 의사다. 이전에는 우리나라 전체 병원의 94%를 차지하는 민간병원에서 수련을 받고 근무를 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절대다수가 민간의료기관이다 보니 공공성보다는 시장의 논리를 따르고 영리를 추구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공공병원에 와 보니 여기서도 상황은 비슷하다. 민간병원에 비해 이윤추구 동기는 약하지만 공공의료기관을 수익성 기준으로 평가하고, 심지어 진주의료원처럼 폐원시킬 수도 있는 현실이다 보니 공공병원도 시장의 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국민건강보험으로 진료비 지불제도를 통제하고 영리병원 설립을 제한함으로써 의료 공공성을 유지한다고 하지만 낮은 보장성과 비급여 진료, 그리고 통제되지 않는 의료기관들의 경쟁과 영리 행위로 인해 사실상 시장의 지배를 받고 있다.

민간병원에서 근무할 때의 일이다. A대학병원과 가까워 그 대학병원에 입원하지 못한 환자가 많이 찾는 병원이었다. 그런데 A대학병원에서 오는 환자는 거의 상급병실(4인 이하 병실)에 입원을 했다. 회진을 가면 환자와 보호자들이 아픈 것 다음으로 불평하는 것이 다인실로 이전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원무과에 전화해 환자를 다인실로 자주 이전해 줬더니 윗선에서 연락이 왔다. A대학병원에서 온 환자는 5일 이상 상급병실에 머물게 하라고. 나중에 그 병원을 그만둘 즈음에야 이유를 알게 됐다. 그동안 그 병원은 A대학병원에 로비를 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었고 환자 한 명당 일정한 금액을 상납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공병원으로 옮긴 후의 일이다. B대학병원에서 숨이 찬 환자가 전원을 왔다. 가난과 가정불화로 결핵치료를 제대로 하지 못해 폐에 심한 후유증이 남았고 이후 쉽게 숨이 차는 환자였다. 호흡곤란이 심해져서 B대학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입원을 지시했다고 한다. 그 환자는 바로 휠체어에 태워져 원무과로 보내졌는데 원무과에서는 그에게 보증금 혹은 보증인을 요구했다. 가난한 환자는 그럴 능력이 없었고 그는 건장한 직원들에 의해 휠체어에 탄 채로 병원 로비로 옮겨졌다고 한다. 그리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의사가 소견서를 적어 주며 공공병원을 소개해 줘서 우리 병원에 온 것이다.

다음은 내가 환자가 돼 겪은 일이다. 나는 출산을 위해 C병원에 입원을 했다. 간호사가 입원생활에 대한 안내를 하면서 ‘신생아 기념품 신청서’를 줬다. 며칠 후 퇴원하기 위해 원무과에 가니 원무과 직원이 신생아 기념품 신청은 왜 안 했냐며 재차 권유했고 기념품 업체 대신 신청과 수납까지 받아 줬다. 병원 곳곳에 의학적으로는 권장하지 않는 임산부용 영양제와 피부미용 에스테틱 광고가 붙어 있었다. 영리자회사가 벌써 설립된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이같이 환자들의 고통과 약점을 미끼로 돈벌이를 하는 ‘의료 민영화 괴담’은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서울대가 전국 66개 종합병원 입원환자 13만명을 4년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다른 변수를 통제해도 경제수준이 낮으면 사망률이 훨씬 높았고 이는 경제적인 이유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실제로 나도 입원 환자의 상태가 악화돼 정밀검사 혹은 적극적인 치료를 위해 환자와 보호자에게 3차 병원으로 이송할 것을 권유하면 경제적인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경우 환자와 보호자들은 보통 “이 병원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래도 안 되면 할 수 없죠”라고 말한다.

‘할 수 없다’는 말은 무슨 뜻일까. 우리는 이미 돈이 없으면 필요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그래서 심각한 장애가 생기거나 목숨을 잃는 것까지도 당연하게 여기고 있다. 환자도 보호자도, 심지어 의료인들조차 말이다.

낮은 보장성과 부족한 공공의료기관, 통제되지 않는 민간의료의 비효율성으로 인해 현재 우리나라 보건의료시스템은 심각한 왜곡 상태에 놓여 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한계상황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올바른 처방은 보장성을 확대하고 의료의 공공성을 높이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정부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의료 민영화·영리화 정책을 끊임없이 시도해 왔고, 국민의 저항에도 의료 공공성을 계속 훼손하고 후퇴시켰다. 이제 박근혜 정부는 원격의료·영리자회사·의료법인 간 합병 허용 정책으로 민영화 쓰나미를 몰고 오려고 한다.

의료 민영화 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으려면 의료 민영화·영리화 시도에 대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생각으로 힘을 모아 반드시 막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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