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재남
전 풍동중학교 교사

이 죄를 어떡하니
이 죄를 어떡하니
사랑한다고 말 잘 들으라고 가르쳐 놓고
사랑한다고 착해지라고 가르쳐 놓곤
그 말대로 했더니 이 지경이 되었구나
그 말 곧이들었더니 일이 이리 되었구나
이제와 생각하니 후회막급이고
이제사 생각하니 잘못 가르쳤다

얼마나 기다렸겠니
얼마나 얼마나 기다렸겠니
희망이 절망이 될 때까지
사랑이 원망으로 바뀔 때까지
얼마나 얼마나 얼마나 힘들었겠니
두려움과 공포 속에 싸우며 기다린 시간들
너희들이 들이마신 바닷물만큼이나
우리의 눈물을 쏟은들
이 비통한 마음을 어떻게 쏟겠니

구해 준다 하고서 기다리라 하고서
바다에 가로막혀 애간장 녹이며
흐르는 물살만큼 빈 말만 시간만 흐른다.
아무것도 해 줄 수 없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마음에
모두가 운다. 한없이 운다.
아흐레째인 오늘,
아, 여전히 기적을 바란다.
이번 한 번만 단 한 번만 기적을 보여 달라고
두 손 모아 애절하게 기적을 기도한다.

아직 저승배를 타지 않은 아이들아
이곳으로 돌아오렴
이제 배라면 지긋지긋하지 않니
그 저승배 이제 그만타고 이곳으로 돌아오렴
못난 어른들이 있는 곳이지만
미운 어른들이 있는 곳이지만
한 번만 용서해 주고 이곳으로
이곳으로 돌아와 주렴
저승배 버리고 어서어서 오렴
아직 너희들을 보낼 수 없다
아직 아직 너희 모두를 가슴속에
묻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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