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애림
전국비정규직
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생활임금제 도입을 주요 공약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생활임금제’란 지자체가 직접고용한 노동자 혹은 외주화하는 사업에 고용된 노동자가 법정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받도록 조례나 계약에 규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현재 서울시 성북구와 노원구가 실시하고 있고, 부천시에서는 조례가 제정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김경협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발의로 생활임금제 실시의 법적 근거를 포함시킨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근래 들어 생활임금제 논의가 활발한 배경에는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꾀한다”는 최저임금법 제1조에 턱없이 미달하는 법정 최저임금제의 문제가 있다.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의 최저임금은 5인 이상 사업체 상용직 임금총액의 30%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회원국 중 20위에 머물러 있다.

법정 최저임금 수준이 낮고 최저임금 현실화에 대한 자본의 반발이 심하기 때문에 지자체에서부터 그리고 공공기관이 사용자 혹은 발주처인 사업에서부터 법정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임금 수준을 보장하자는 것이 현재 생활임금제 요구의 배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생활임금을 의제로 만드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했던 미국의 사례를 보면, 우리 사회의 논의와 약간의 차이점을 발견하게 된다. 미국은 연방 차원의 최저임금과 주 차원의 최저임금이 공존하는 체계다. 말하자면 거의 작은 국가 수준에 맞먹는 주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다. 법정 최저임금은 가능한 한 전국적·산업별로 단일하게(keeping it simple)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견해다. 최저임금이 지역·산업별로 복잡하게 정해질 경우 이들 간에 ‘저임금을 향한 경쟁’이 벌어지기 쉽고, 임금에 관한 단체교섭을 대체할 위험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도 과거 정부와 자본이 지역적 혹은 노동자의 특성별로 최저임금을 다르게 정할 수 있도록 최저임금법 개악을 시도했던 바 있다. 현재 생활임금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법정 최저임금제를 대체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전국적·보편적인 법정 최저임금을 현실화하기 위한 노력을 부차화하는 것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이 생활임금제를 주요 이슈로 삼겠다고 나서는 데에는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활임금제 실시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법정 최저임금의 현실화이고, 그것은 법정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쟁점과 연결돼 있다. 최저임금법은 “최저임금은 근로자 생계비·유사근로자 임금·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매년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는 비현실적인 생계비 계측과 함께 물가와 기업의 부담 능력이라는 잣대가 과도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정부의 가이드라인 내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돼 왔다.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노동자 생활보장이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가 논의의 중심이 돼야 한다.

이런 면에서 올해 민주노총이 내놓은 최저임금 요구안은 주목할 만하다. 종전까지 요구했던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라는 기준은 노동자 내부의 격차 축소라는 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노동자 생활보장이라는 측면에서는 그 산출근거가 의문시돼 왔다. 이번에 민주노총은 노동자 임금 평균의 50%라는 기준에다, 공단지역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요구안 조사 결과를 반영해 시급 6천700원이라는 요구안을 내놓았다.

생활임금제에 쏠리는 관심 못지않게 노동운동이 힘을 집중해야 할 것은 법정 최저임금의 결정기준이 노동자의 생활상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싸움이고, 최저임금이 예외 없이 전체 노동자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도록 만드는 싸움이다. 무엇보다 최저임금 의제가 노조의 임금인상 투쟁과 결합되도록 만드는 기획이 절실하다.

전국비정규직노조연대회의 교육선전팀장(labory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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