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훈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 무등지사)

대상판결 / 대법원 2011다95519 임금

1. 사건의 개요

A개발은 ○식물원을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았는데 매년 대출이자만큼 적자가 발생했다는 이유로 정리해고를 실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은 해고회피노력을 다하지 않았으며 결과적으로 여성근로자를 정리해고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이유로 정리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이에 A개발은 상고하지 않고 정리해고자들을 복직시켰다.

정리해고자들은 해고 기간 동안 정상적으로 근무했다면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했을 것이므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겠다는 의사표현을 했다. 하지만 A개발은 해고 기간 동안에는 근무하지 않았으므로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않아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이에 근로자들은 사용자의 귀책사유로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했으므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제주지방법원을 거쳐 대법원에서 연차유급휴가수당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 판례의 의미

가. 판례 취지

대상 판결은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연차유급휴가 취지(대법원 1996. 6. 11 선고 95누6649 판결)가 근로자에게 일정 기간 근로의무를 면제함으로써 정신적·육체적 휴양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생활의 향상을 기하려는 데 있다고 분명히 했다.

연차유급휴가는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는 관계에 있다는 사정만으로 당연히 보장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1년간 8할 이상 출근했을 때 비로소 부여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는 1년간의 근로에 대한 대가라고 볼 수 있다고 봤다.

따라서 근로자가 연차유급휴가를 사용하지 못하게 됨에 따라 사용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연차휴가수당은 임금에 해당한다고 종전의 판결(대법원 1991. 11. 22 선고 91다14826 판결, 대법원 2000. 12. 22 선고 99다10806 판결 등)을 재확인했다.

해고 기간 동안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는지 여부에 대해 대상 판결은 연차유급휴가를 산정하기 위한 출근율과 관련해 연간 근로의무가 있는 일수를 기준으로 그중 근로자가 현실적으로 근로를 제공한 날이 얼마인지 따져 그 비율로 판단해야 한다.

연간 소정근로일수는 본래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평상적인 근로관계, 즉 근로자가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해 왔고 또한 계속적인 근로제공이 예정돼 있는 상태를 전제로 한다. 해고가 정당한 이유가 없어 무효인 경우에 근로자는 그 부당해고 기간 동안에 근무를 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해고가 무효인 이상 그동안 사용자와의 근로관계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고, 근로자가 해고 기간 동안 근무를 하지 못한 것은 근로자를 부당하게 해고한 사용자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다고 종전의 판결을 재확인했다.

나. 고용노동부의 행정해석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제59조의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기 위한 ‘소정근로일수’의 개근 여부 또는 출근율을 판단함에 있어 당초 근무하기로 정했지만, ‘특별한 사유로 근로제공의무가 정지된 날 또는 기간’은 소정근로일수 계산에서 제외해야 하며, 부당해고 기간은 근로자가 근로를 제공할 수 있음에도 사용자의 부당한 징계권의 행사로 근로를 제공하지 못한 기간으로 위의 ‘특별한 사유로 근로제공의무가 정지된 날 또는 기간’에 해당돼 소정근로일수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임금근로시간정책팀-1108, 2006. 5. 15)고 밝혔다. 부당해고 기간이 해당 연도의 전부에 해당될 경우, 사용자는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입장(근로기준과-5084, 2009. 12. 1)을 취하고 있다.

결국 고용노동부는 해고 기간이 1년 미만인 경우에는 소정근로일수에서 제외해 출근율을 산정해 연차유급휴가일수를 산정한 후에 전체 기간 중 소정근로일수가 차지하는 비율만큼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하면 된다는 것이다. 해고 기간이 1년 이상인 경우에는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않으므로 연차유급휴가를 부여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다. 판결의 의의

대상 판결은 근로자가 부당해고로 인해 지급받지 못한 임금에 연차휴가수당도 포함되며, 해당 근로자의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고려해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의 요건을 충족하면 연차유급휴가가 부여되는 것을 전제로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봤다.

이를 산정하기 위한 연간 소정근로일수와 출근일수를 계산함에 있어서 사용자의 부당해고로 인해 근로자가 출근하지 못한 기간을 근로자에 대해 불리하게 고려할 수는 없으므로 그 기간은 연간 소정근로일수 및 출근일수에 모두 산입되는 것이며 부당해고기간이 연간 총근로일수 전부를 차지하고 있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3. 결론

고용노동부는 해고의 경우 실제 근로하지 않았으므로 연차유급휴가를 산정함에 있어 해고 기간을 제외해야 한다는 것이며 같은 논리로 해고 기간이 1년이 넘는 경우에는 연차유급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상 판결은 부당해고의 경우 사용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부당해고 기간에 정상적으로 일을 계속했더라면 받을 수 있었던 임금을 모두 지급받을 수 있으며 연차유급휴가 또한 종전의 출근율을 참고해 발생하며 연차유급휴가에 상응하는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는 종전의 해고 기간의 임금과 연차유급휴가 및 수당에 대한 종전 판결을 재확인한 것이며 고용노동부의 종전의 행정해석이 잘못됐음을 지적하는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해고기간의 연차유급휴가에 대한 행정해석을 판례의 취지에 맞게 변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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