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가운데)이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 김정한 공공운수노조ㆍ연맹 부위원장과 함께 25일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철도공사의 성실교섭과 노조탄압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교섭 없이 보복탄압을 계속하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김명환 철도노조 위원장)

"인사권은 경영자에게 주어진 권한이다."(코레일 관계자)

철도노조가 25일 "코레일이 순환전보를 이유로 강제전출을 강행하면 2차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반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인사권은 경영자의 권한"이라며 "순환전보는 그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맞섰다. 노조와 코레일이 힘겨루기에 들어가면서 또 한 차례 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탄압으로 일관하면 총파업"=김명환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연혜 코레일 사장이 2013년 임금·단체협상과 징계·순환전보 등 현안 해결을 위한 노사 본교섭에 나오지 않으면 총파업이 불가피하다"고 경고했다.

김 위원장은 "최연혜 사장은 지난해 12월 교섭현장에 나온 이후 4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교섭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해고·정직 등 중징계와 손배·가압류로 일관하고 있다"며 "급기야 1천여명에서 2천여명의 조합원들을 강제로 전출시키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노조는 코레일의 '2014년도 순환전보 및 정기 인사교류 시행(안)'이 그동안 인력균형을 맞추기 위해 진행한 희망전보와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제껏 각 사업소별로 5~10%의 인력을 할당하고 연 2회 이상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다른 지역·직종으로 발령하는 대규모 전보는 없었기 때문이다. 노조는 "철도 현장에서는 초유의 사태"라고 표현했다.

실제 차량운전 분야는 순환전보 대상에 들어간 적이 거의 없었다. 선로를 완전히 숙지해야 하는 업무특성 탓이다. 최정식 노조 운전국장은 "운전쪽은 고충처리 차원에서 각 사업소별로 올 사람 갈 사람을 맞바꾸는 식으로 1~2명씩 옮기긴 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순환전보가 된 적은 없었다"고 말했다. 코레일의 시행안에 따르면 운전국에서만 전보 대상자가 500명에 이른다. 노조는 이 중 130~140명이 전보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노조는 순환전보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투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기관사들은 업무 특성상 새로운 차종과 선로를 숙지해야 하는 데에만 두 달 가량 걸린다. 예컨대 서울 근무자가 대전으로 전보되면 교육만 200시간을 받아야 한다. 베테랑 기관사가 1개월에서 2개월 정도 수습으로 운전연습만 해야 한다는 얘기다. 최 국장은 "교육비와 휴일근무 수당만 해도 수백억원씩 들어간다"며 "코레일 경영 정상화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날 코레일에 필수유지업무자 명단을 통보하고 휴일근무·시간외 근무 거부 등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파업의 시기와 방식은 공사의 태도와 교섭상황을 고려해 중앙쟁의대책위원장이 결정한다"며 "강제전출이 시행되는 날이 총파업 돌입 날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코레일 "노사합의로 전보 시행하는 곳 없다"=노조의 총파업 배수진에도 코레일은 순환전보 시행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노사합의로 시행하는 전보가 어딨냐"며 "전보를 안 하면 노조가 말하는 대로 적자선 같은 곳은 운영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인사권은 경영자에게 주어진 권한"이라며 "인력 불균형 해소와 업무능력 향상을 위해 정기적으로 순환전보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탄압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말이 안 된다"고 일축했다.

한편 노조는 지난해 12월 철도파업 종료의 단초가 된 노정 사회적 합의를 이끈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과 박기춘 민주당 의원의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기습농성에 돌입했다. 이날 오후 4시20분께 최은철 사무처장은 김무성 의원실에서, 박태만 수석부위원장은 박기춘 의원실에서 "코레일이 노정합의를 무시한 채 노조탄압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합의의 당사자인 두 의원이 나서 정상적인 대화와 교섭, 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해 달라"고 요구했다.

노조는 26일 서울 대방동 여성플라자에서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총파업 관련 상황을 공유하고 결의를 모은다. 27일 코레일 서울본부에서 열리는 실무교섭에서 최연혜 사장이 참가하는 본교섭 개최를 다시 한 번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29일에는 서울 도심지에서 전 조합원 결의대회를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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