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10일)은 국제노동운동이 “23인에게 자유를” 캠페인을 펼치는 날이다. 여기서 말하는 23인은 지난달 캄보디아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과 시위를 벌이다 구속된 시위자들이다. 11일 캄보디아에서 재판이 열리는 것에 대응해 마련된 것이다.

캄보디아의 최저임금 수준은 80달러다. 이를 두 배인 160달러로 올리라는 노동자들의 시위가 지난 몇 달간 잇따랐다. 1월 초 캄보디아 정부는 평화적인 파업과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했다. 총기까지 사용된 진압으로 4명이 죽고 39명이 다쳤으며, 노동조합 간부와 의류공장 노동자를 비롯해 23명이 구속됐다. 국제노동운동은 노동자에 대한 폭력진압을 비난하고, 구속된 23명을 석방하며, 결사의 자유를 존중할 것을 요구하며 “23인에게 자유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는 국토 면적이 남한의 두 배다. 인구가 1천500만명이며, 전체 노동력은 800만명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우리나라의 2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926달러에 불과하다. 일당독재 국가였던 캄보디아는 1993년 헌법 제정을 통해 다당제 국가가 됐다. 노동법은 97년에 처음 만들어졌다.

캄보디아의 주력산업인 의류산업에는 50만명의 노동자들(90%가 젊은 여성)이 420여개 공장에서 일하고 있다. 전체 수출액의 80%를 생산한다. 낮은 임금과 정부의 자본 편향 정책에 힘입어 50억달러가 넘는 투자가 섬유의류산업에 이뤄졌다. 돈이 돌다 보니 물가는 빠르게 올라갔다.

그러나 임금인상은 더뎠다. 생활고를 참다못한 노동자들의 항의가 최저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파업과 시위로 이어졌다. 모두 35만명의 노동자들이 파업과 시위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 발발 당시 캄보디아 주재 한국대사관과 한국공장주들이 캄보디아 정부·군 당국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 국제적인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캄보디아 정부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핵심노동기준인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강제노동 금지, 아동노동 철폐, 차별금지를 명시한 8개 협약 모두를 비준했다. 물론 비준과 이행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한국 정부는 8개 협약 가운데 결사의 자유를 규정한 제87호 협약, 단체교섭권을 규정한 제98호 협약, 강제노동 금지를 규정한 제29호와 제105호 협약을 비준하지 않고 있다. 반면 ILO의 190개 협약 가운데 캄보디아 정부가 비준한 것은 13개로 한국 정부가 비준한 29개에 크게 모자란다.

이는 국제원조를 수월하게 받기 위해 IL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요구사항이었던 8개 핵심협약을 캄보디아 정부가 재빨리 비준했을 뿐 노사관계 관련 법·제도와 관행의 수준은 대단히 낮다는 것을 뜻한다.

안타깝게도 캄보디아에서 ‘결사의 자유’는 기업별 노조주의와 맞물리면서 노동조합 분열을 부추기는 부정적인 결과를 낳고 있다. 지난해 ILO의 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152개 의류공장에서 복수노조가 존재하는 비율은 26%에 달했고, 심한 경우 한 사업장에 5개가 넘는 기업별노조가 존재했다. 무노조 사업장 비율은 31%였다. 캄보디아 의류산업에는 300개 정도의 노조가 조직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버트재단(FES)의 2010년 조사에 의하면 전체적으로 7개 노동총연맹, 43개 산별연맹(37개가 섬유의류신발산업 관련), 12개 업종협회가 존재한다. 덴마크노동운동의 국제연대조직인 LO-FTF의 지난해 조사를 보면 2012년 현재 1천758개 노동조합에 48만3천명의 조합원이 정부에 등록돼 있다. 전체 노동력 가운데 노조 조직률은 5%를 넘고, 임금노동자를 기준으로 하면 조직률은 19%에 달한다. 반면 단체협약의 적용을 받는 조합원수는 4만1천500명에 그쳐 전체 임금노동자의 1.6%에 불과하다. 특기할 점은 조직노동자 가운데 30만명이 의류산업에 속해 있어 의류산업의 노조 조직률이 60%가 넘는다는 사실이다. 다수의 노총과 산별연맹은 캄보디아 여당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야당과 결합된 노동조합들도 있다. 대부분의 노총 조직이 정당과 연계를 맺고 있는 인디아처럼 캄보디아에서도 정당에 대한 노동운동의 종속성이 두드러진다.

캄보디아의 의류산업에서 파업과 시위가 거센 이유는 산업 자체가 국민경제의 주력산업이기도 하거니와, 젊고 헌신적인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의류산업에 많이 모여 있기 때문이다. 반면 활동가의 교육과 의식 수준은 높지 않으며, 노동조직들은 분열돼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일어난 파업과 시위는 노동조합 상급단체들이 조직적으로 주도한 것이라기보다는 열악한 삶과 노동조건에 시달리던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저항행위라 할 수 있다.

“23인에게 자유를” 캠페인의 날을 맞아 국제노총(ITUC)을 비롯한 국제노동운동은 각국 노동조합들이 자국에 소재한 캄보디아 대사관이나 영사관 앞에서 시위를 벌일 것과 캄보디아 정부와 주요 의류브랜드(월마트·나이키·푸마·아디다스·갭·H&M 등)에 항의편지를 보낼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오늘은 파업과 시위를 이유로 한 노동자 구속자가 비일비재한 한국 노동운동과 똑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캄보디아 노동운동에 연대의 마음을 보내는 날이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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