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주민등록번호를 바꿀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하라고 정부에 촉구했다.

인권위는 28일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정보인권 보호를 위한 성명’을 내고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인권위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 사건의 가장 큰 피해로 지목한 것은 주민등록번호 유출이다. 인권위는 “주민등록번호라는 개인식별 번호에 의해 모든 개인의 프로파일링이 가능하다”고 우려했다. 인권위는 이어 “유엔과 인권위가 우리나라 주민등록번호 제도와 본인확인제에 대해 개선을 권고했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주민등록번호는 인터넷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해킹 등 범죄에 사용될 우려가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이에 따라 현행 번호 부여 체계를 임의제도로 변경하고, 법원의 허가를 통한 변경허용 절차를 마련하라고 제시했다. 한 번 받은 주민등록번호를 평생 쓰는 게 아니라 언제라도 원할 경우 일정한 절차를 거치면 바꿀 수 있게 제도를 개선하라는 것이다.

개인정보 수집과 활용 동의 방식도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보주체의 동의를 원칙으로 정보수집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카드발급 등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어쩔 수 없이 수집에 동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특히 “정보주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협력업체나 마케팅 업체에 개인정보가 활용되고 있다”며 “개인정보 수집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경실련은 “카드사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금융당국의 잘못된 인식과 우왕좌왕하는 대책 속에서 인권위가 의미 있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인권위의 제도개선 촉구를 계기로 실효적이고 근본적인 개인정보보호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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