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우람 기자

“사람이 미래다.” 두산그룹이 기업 이미지 광고를 통해 줄기차게 밀고 있는 캐치프레이즈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이 문구와 어울리지 않는 어색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2008년 두산이 인수하고 박용성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서울 흑석동 중앙대 캠퍼스 한복판에서 말이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 얘기다.

중앙대 청소노동자들은 지난해 9월 노조를 결성했다. 다른 대학교 청소노동자들과 비교해 봤을 때 터무니없는 노동강도 때문이었다. (사)한국건물위생협회의 청소인력 배치기준을 적용하면 중앙대에는 건물 22동과 14만3천140제곱미터(4만3천300평)의 외곽면적을 감안해 221명(건물청소 200명·외곽청소 21명)의 청소노동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현재 중앙대에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들은 115명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모두 여성들이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 남성 청소노동자들이 맡는 외곽청소를 이들이 담당한다. 중앙대가 비용절감을 위해 외곽 청소노동자들을 선발하지 않고 건물 담당자들에게 업무를 떠넘긴 것이다. 초과노동 등 각종 수당 미지급도 문제다. 노조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중앙대는 “사용자가 아니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지난달 16일 파업이 시작됐다. 청소노동자들의 대자보와 이를 응원하는 학생들의 글이 캠퍼스 곳곳에 붙었다. 그러자 중앙대측은 같은달 23일 청소노동자들이 대자보를 붙이거나 구호를 외칠 경우 회당 100만원을 내도록 해 달라는 간접강제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파업 도중에는 중앙대와 청소용역업체가 체결한 업무 위탁계약서가 공개돼 논란이 됐다. 중앙대는 이를 통해 청소노동자들에게 △작업 도중 잡담 및 콧노래 금지 △휴식시 사무실 의자 및 소파 착석 금지 △외부인과 접촉 금지 등을 요구했다.

노조는 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앙대의 비인간적인 업무지시와 표현의 자유 침해를 시정해 달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중앙대 학생들도 함께했다.

총 11편이 제작된 두산의 기업광고는 모두 “젊은 청년에게 두산이 하고 싶은 ○번째 이야기”라는 자막으로 시작된다. 앞서 얘기했듯이 "사람이 미래다"는 내레이션으로 마무리된다. 그런데 정작 중앙대 청년들은 학교 홈페이지에 "사람이 노예다" 식의 패러디를 쏟아내고 있다. 두산이 청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이야기가 있다면 TV가 아니라 캠퍼스 현장에서 보여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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