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문제 전문가의 89.5%는 개별 노사분쟁 해결을 위해 사적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한국갈등해결센터(대표 김주일)가 이달 5일부터 8일까지 교수·연구자·기업 인사노무 담당자·노조 활동가·공인노무사 등 노동문제 전문가 124명을 대상으로 사적조정에 대한 인식조사를 벌여 12일 발표한 결과다.

사적조정은 노동위원회의 쟁의조정 절차와 같은 공적조정을 보완하기 위해 노동자나 사용자가 각자 원하는 위원을 선임해 일종의 예비조정을 벌이는 제도다. 노사 스스로 선임한 위원들이 참여함으로써 상호 신뢰가 높아지고 조정성립률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적조정이 결렬되더라도 사적조정에 참여한 위원들과 사후조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지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의 89.5%는 “사적조정이 필요하다”(매우 필요 46.8%·필요 42.7%)고 답했다. “보통”이라는 답변은 10.5%, “필요없다”는 응답자는 한 명도 없었다.

사적조정이 필요한 갈등 분야로는 △조직 내 고충 및 갈등(46.0%) △단체교섭 관련(26.2%) △부당해고 및 차별 관련(22.1%) 순으로 조사됐다. 임금체불 사건에 대한 사적조정 필요성 여부에 대해서도 응답자의 74.6%가 “필요하다”(매우 필요 37.7%, 필요 36.9%)고 답했다.

우리나라 개별 노사분쟁에 대한 사적조정이 활성화되지 않은 이유로는 “법·제도 미흡”(22.1%)이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이어 “갈등조정에 대한 사용자의 인식이 낮다”(20.8%), “사적조정 활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약하다”(18.1%)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기업 내 고충과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지원방안으로는 △기업 내 갈등관리제도 도입(24.3%) △사업주의 적극적인 해결의지(22.1%) △해당업무를 지원할 수 있는 전문인력(21.2%)이라는 응답이 나왔다.

박호환 아주대 교수(경영학)는 “개별 노사분쟁에 대한 공적 해결제도는 고비용과 장시간이 소요되고 ‘인정·기각·각하’ 판정만 가능한 만큼 노사의 잘잘못이 명백하지 않은 사건의 경우 패소한 측이 불만을 품으면 재심으로 이어지는 비효율 구조”라며 “사적조정 영역을 확대하고, 노사 일방이 신청하면 바로 사적조정이 진행될 수 있도록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에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