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조합은 노동자들의 권리를 증진하고 이익을 개선하는 자율적인 결사체다. 따라서 그 활동과 운영은 노동조합이 스스로 결정한다. 조합비를 얼마로 할 것인지, 위원장을 비롯한 지도부는 어떻게 선출할 것인지, 상급단체를 어디로 할 것인지를 두고 사용자와 교섭하지 않는다. 노동조합에 소속된 조합원들이 자율적으로 알아서 결정할 문제다. 그렇다면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있고 누가 조합원이 될 수 없는지를 정하는 조합원의 범위는 어떨까. 노동조합이 알아서 결정할 문제일까, 아니면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할 문제일까.

과장급 이상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

참고로 전국금속노조 산하 어느 지부의 단체협약을 살펴보자. 제6조에서 조합원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회사는 종업원 중 다음 각 호에 해당되는 자를 제외하고 신규입사자는 입사와 동시에 조합원이 된다”고 하면서 조합원이 될 수 없는 범위를 다음과 같이 분류한다.

“과장급 이상(영업직 제외), 인사·노무(인력관리)·전산·총(업)무·법무·경리회계 담당, 비서업무 종사자, 임원차량 운전원·경비업무 종사자, 예비군·민방위 관련 상시 근무자, 회사정책 및 방침결정 종사자, 수습 및 임시 고용원, 별정직.”

헌법은 노동자에게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보장하고 있다. 노동자란 직업의 종류를 불문하고 임금·급료나 이에 준하는 수입에 의해 생활하는 자를 말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제5조(노동조합의 조직·가입)에서 “노동자는 자유로이 노동조합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할 수 있다. 다만, 공무원과 교원에 대하여는 따로 법률로 정한다”고 정해 놓고 있다.

지금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의 조합원 자격을 둘러싸고 정부와 노동계 사이에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렀다. 노동계는 왜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결사체인 노동조합의 조합원 자격을 두고 정부가 시행령으로 개입하느냐고 반발한다. 조합원의 자격과 범위는 정부나 사용자가 관여할 수 없는 노동조합의 자율적인 결정사항이라는 주장이다. 물론 이는 국제노동기준에서 뒷받침하는 바요, 노동조합 운영과 활동의 기본이다.

다시 단체협약 문제로 돌아가 보자. 과장급 이상은 조합원이 돼선 안 되는가. 인사와 노무 업무를 담당하는 노동자는 조합원이 돼선 안 되는가. 경리회계 담당 업무를 하는 노동자는 조합원이 돼선 안 되는가. 비서업무 종사자나 임원차량 운전원은 단결권, 나아가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누려선 안 되는가. 이들은 임금이나 급료로 생활하는 노동자가 아닌가.

조합원들이 이런 일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 대해 조합원이 돼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노조 규약으로 이들을 조합원 범위에서 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노동자 결사의 자유와 직결된 문제를 사용자와 교섭할 필요가 있을까. 물론 조합원 범위를 정하는 단체협약 조항의 문제는 대부분의 노동조합들이 가진 공통된 것이다. 대체로 법원은 단체협약의 조합원 범위조항이 ‘단체협약 적용범위에 대한 예외규정’으로서의 의미가 있을 뿐 ‘특정 근로자의 노동조합 가입 제한 또는 조합원 자격 부인의 효력’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노동조합 자치의 원칙에서 볼 때, 조합원의 범위를 사용자와 단체교섭을 통해 합의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복무해야 하는 단체협약에 노동자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조항을 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게다가 노동조합 규약과 단체협약으로 스스로 노동자를 보호하지 못하고, 법원의 관대한 판결에 의존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기본에서 시작하자

역사적으로 단체교섭은 사용자의 일방적인 권리행사를 규제하기 위해 태어났다.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과 관련한 권리·이익의 문제를 사용자와 공동으로 결정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이런 점에서 ‘조합원의 범위’를 규정한 단체협약 조항은 해당 노동자·가족의 권리와 이익을 침해하는 잘못된 것이다. 당연히 단체협약에서 삭제해야 한다.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의 ‘법외노조’ 사태는 노동기본권 쟁취가 한국 노동운동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 준다.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을 보장한 국제노동기구(ILO) 협약 제87호와 제98호 비준운동의 절박함도 느끼게 만들었다. 공공부문에서 시작된 정부의 반노동 공세는 머지않아 민간부문으로 확산될 것이다. 일상활동에서, 노동조합 규약과 단체협약 조항에서 노동자의 권리와 이익에 위배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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