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현대증권과 황두연 ISMG코리아 대표 간 거래를 확인할 수 있도록 현대증권의 회계장부를 열람하게 해 달라는 민주금융노조 현대증권지부(지부장 민경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 대체로 법원은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여길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회계장부 열람권을 인정한다.

1일 지부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은 지난달 29일 지부가 현대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을 내렸다. 지부가 올해 4월 소송을 제기하면서 공개를 요구한 회계장부는 황두연 대표 소유 법인과 현대증권 간 거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ISMG코리아와 거래한 현대증권 광고비, 황 대표가 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경영컨설팅업체(WMI)와 거래한 현대증권의 일체서류 등이다.

지부는 판결에 대해 “황두연씨의 불법·부당 경영개입 의혹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며 “앞으로 황두연씨의 비자금 사건 등에도 매우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회계장부 열람권은 비상장기업의 경우 3% 이상 주주(상법), 상장기업의 경우 0.05% 이상 주주(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의 권한이다. 그러나 열람권을 요구해도 경영진이 기밀을 이유로 거부하는 경우가 많아 이로 인한 소송이 벌어진다. 법원은 회사가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의심할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발생했다거나 경영상태를 악화시킬 만한 구체적인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주주의 열람권을 인정해 왔다.

현대증권 지분 0.5%(110만주)를 소유한 현대증권지부의 청구를 받아들인 것은 지부의 열람사유가 구체적이라는 뜻이다. 이 밖에도 지부의 고발로 황두연 대표의 현대그룹 경영개입과 비자금 조성 혐의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은 지난달 황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와 자택 등 10곳을 압수수색했다.

민경윤 지부장은 “회계장부 열람권은 지부의 이익이 아니라 현대증권의 발전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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