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영 기자

택시노동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부가세 경감세액이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 해 동안 78개 사업장에서 65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조가 없는 영세 사업장에서는 지급 여부를 파악조차 할 수 없어 실제 규모는 훨씬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국택시노련(위원장 문진국)은 19일 오후 서울 잠실 올림픽파크텔에서 '택시 부가가치세 경감제도 개선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법인택시 부가세 경감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제106조7의)에 근거해 택시사업자가 관할 세무서에 부가세 중 10%를 납부하고 나머지 90%를 1년에 두 차례 운전자에게 직접 지급하도록 한 제도를 말한다. 택시노동자의 처우개선과 복지향상을 위해 95년부터 시행됐다. 해당 제도로 인한 감면금액은 올해 1천576억원으로 추정되는데 택시노동자 한 명당 월 10만5천원(연 125만원)씩 돌아가는 돈이다.

연맹으로부터 연구용역을 의뢰받은 고윤성 한국외국어대 글로벌경영대학원 교수는 "95년 7월부터 18년 넘게 시행한 경감제도가 아직까지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사실"이라고 말했다.

"택시노동자 쥐꼬리 수입 착복구조 바꾸자"

택시노동자 처우개선을 위해 도입한 부가세 경감세액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고 교수는 “현행 택시 부가가치세의 지급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택시회사는 부가가치세를 국가에 낸 후 환급받은 경감세액을 택시노동자에게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택시회사 상당수가 부가가치세를 세차비나 콜센터운영비로 쓰거나 임금에 포함시켜 최저임금을 보전하는 방법으로 악용하고 있다. 고 교수는 “부가가치세 경감세액을 임금에 포함시키는 사례가 적지 않다”며 “택시운수업의 부가가치세를 택시운수종사자의 복지향상에 사용하도록 명시한 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택시사업주가 부담해야 할 비용을 국가의 세금으로 지급하는 것으로 불법행위”라고 비판했다.

연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의 경우 월 11만3천원의 부가세 환급분이 임금에 포함돼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구·광주·부산에서도 각각 11만원·11만2천원·10만원의 환급분이 임금에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택시회사가 관행적으로 탈법행위를 할 수 있는 이유는 택시회사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규정에 따르면 회사는 부가가치세 경감세액 지급내역을 회사 게시판에 7일 이상 게시하고 노동자가 요구하면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런데 회사가 이를 거부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택시노동자도 본인이 얼마나 받아야 하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납부하는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은 얼마인지, 그 총액을 개별 노동자의 근무시간을 기준으로 배분하면 얼마인지를 확인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실정이다.

감독 책임이 있는 행정당국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고 교수는 “법에 따른 주관부처인 국토교통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지급지침만 시달할 뿐이고 감독 책임은 지자체에 있다”며 “이런 과정에서 행정적 공백이 발생하기 때문에 택시노동자들이 경감세액을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고 분석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알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올해 7월 세법 개정안을 마련하면서 "사업주에서 운전자에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택시부가세 경감세액 제도를 퇴출 1순위로 지목했다.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치자 기재부는 적용시기를 2015년까지 2년 연장하되 사업주 신고의무를 신설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에 대해 택시 노동계는 "국토부 지침을 법률로 명시하는 것에 불과해 실효성이 없다"고 반발했다.

고 교수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세청이 택시 부가세 경감세액을 노동자 계좌로 직접 입금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그는 “국세청이 직접 관리하는 방안이 가장 효율적이고 정부 지원 취지에도 타당하다”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전산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