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노조 집행부가 12년 만에 투쟁을 강조하는 집행부로 바뀌면서 조선업종·울산지역 노사관계와 노동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0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대중공업노조 선거에서 노사협조주의를 비판한 정병모(56·사진) 후보가 위원장에 당선됐다. 2002년부터 노사협조주의와 실리주의를 표방한 현 집행부 계열에 대한 조합원들의 실망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현 집행부를 구성한 노동자민주혁신투쟁위원회가 12년 동안 노조를 이끌면서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기대한 만큼의 성과가 나오지 않았다는 뜻이다. 2009년 노조가 임금인상을 회사에 위임해 동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기본급 3만500원(호봉승급분 2만300원 포함) 인상에 그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표심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노동계 관계자는 “실리를 기대해 실리주의 집행부를 뽑아 줬지만 얻은 게 뭐냐는 인식이 팽배했다”며 “올해는 같은 지역 현대자동차 노사가 기본급 9만7천원 인상을 포함해 거액의 격려금·성과급 지급에 합의한 것과 비교되면서 조합원들의 불만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조합원들이 임금인상 등 실리적인 이유에서 정병모 위원장 당선자를 선택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노조가 실리를 중시하는 전형적인 대기업 정규직노조의 길을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당선자측이 “노조다운 노조”를 표방한 만큼 정부가 주는 노사문화대상 등을 휩쓸어 온 현대중공업 노사관계에 일정한 변화는 불가피해 보인다.

정병모 위원장 당선자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기본급 중심의 임금인상을 통해 왜곡된 임금체계를 바로잡고 지난 12년간 약화된 노조의 자율성·자주성 확보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선거 결과가 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 계열사 노사관계와 다음달로 예정된 현대차지부·SK에너지노조 등 지역 대기업노조의 선거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중공업노조 새 집행부의 민주노총 가입 여부가 벌써부터 관심을 받고 있다. 민주노총·금속노조와의 연대가 이전보다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병모 당선자는 “상급단체와 관련해서는 선거대책본부에서 논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조합원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칠 것”이라며 “노조답게 지역 노동계와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병모-김진석-문대성(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국장) 후보조는 17일 선거에서 투표 조합원 1만6천864명(93.4%) 중 8천882명(52.7%)의 지지를 받았다. 7천678표(45.5%)표를 얻는 데 그친 김진필 현 위원장을 누르고 당선됐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