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과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가 23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2013 산별중앙교섭 조인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금융권 노사가 올해 임금을 2.8%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노사는 지난해 출연에 합의한 사회공헌기금 332억8천만원을 소방공무원을 위한 화상전문병원 건립에 사용하기로 했다. 장시간 근로 개선을 위해 TF도 구성한다.<본지 9월16일자 6면 참조>

금융노조(위원장 김문호)와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박병원)는 23일 오후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산별중앙교섭 합의서와 중앙노사위원회 의결서에 조인했다. 조인식에 앞서 노조는 지부대표자회의와 중앙위원회를 잇따라 열었다. 사용자협의회도 교섭에 참여한 은행장끼리 만나 의견을 조율했다.

임금 2.8% 인상, 본격협상은 지금부터

노사가 합의한 임금인상률은 총액임금 대비 2.8%다. 정부가 올해 공기업·준정부기관 예산편성지침에서 제시한 임금인상률 가이드라인이다. 애초 노조가 한국노총 지침에 따라 제시했던 8.1%는 물론이고 올해 7월 현재 전 산업 협약임금인상률 4%에도 미치지 못한다.

최근 금융권의 실적부진에 따른 임금인상 자제 여론이 협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사용자협의회는 "미국발 금융위기 당시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한 것을 비롯해 최근 5년간 금융부문 협약임금 인상률이 9.4%로 전 산업 임금인상률 21.2%의 절반 수준에 미치지 못했는데도 노조가 어려운 결단을 해 줬다"고 평가했다.

노조 입장에서는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사용자협의회는 5월 첫 회의부터 임금동결을 요구했고, 이후 2.8% 임금인상분의 절반을 연장근로수당과 연차수당에서 모아 반납하라고 노조를 압박했다. 반납한 수당을 일자리 창출에 쓰자는 주장이다. 노조는 반발했고, 협상은 결렬 위기까지 갔다.

결국 합의서에는 수당 반납 문구가 들어가지 않았다. 대신 노사는 “올해 4분기 중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통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기 위한 TF를 운영하고 그 결과를 2014년에 실행하도록 한다”는 데 합의했다. TF에서 연장근로 감축이나 연차 강제사용 방안을 도출할 경우 자연스럽게 해당 수당 감축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노사는 특히 2.8%를 기준으로 임금인상률을 기관별 노사가 상황에 맞게 별도로 정하도록 했다. 은행별로 치열한 각축이 예상된다. 당장 KB국민·우리·신한·하나지부가 참여하는 지주사노조협의회는 24일 지부보충협상 관련 간담회를 갖기로 했다. 장시간 근로 개선 TF 구성과 지부보충협상이 본격화하는 10월께 금융권 노사관계가 달아오를 가능성이 높다.

별도 직군으로 묶인 정규직이나 무기계약직, 비정규직 관련 임금교섭도 이제 시작이다. 가이드라인은 정규직 임금인상률인 2.8% 이상으로 정해졌다. 노조는 정규직 임금인상률의 두 배 이상을 요구했지만 사용자협의회의 반대로 예년 수준 합의에 그쳤다. 노사는 논란이 됐던 통상임금 범위에 대해서는 의견을 좁히지 못했다.

소방전문병원 건립, 일부 지부 반대 목소리도

중앙노사위원회는 무난하게 진행됐다. 사용자협의회는 "올해는 임금교섭만 진행하는 해인 만큼 단체협약 개정은 불가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노사는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정년연장 문제는 내년에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60세를 정한 고령자 연령차별 금지법의 입법취지를 감안하기로 함에 따라 내년 교섭에서 현행 58세인 정년을 60세로 연장할 여지를 남겼다.

대신 노사는 지난해 교섭에서 합의한 노사공동 사회공헌기금 사용처를 두고 논쟁을 벌였다. 노조는 전국의 이공계 학생에게 장학금을 주자고 했지만 사용자협의회는 소방전문병원 건립을 밀어붙였다.

결국 중앙노사위 의결서에는 “소방공무원들의 희생에 보답하고 근무 중 재해를 입은 소방공무원 등의 전문적인 치료를 돕기 위해 화상전문병원 건립을 지원하며, 세부적인 내용은 산별 노사공동 실무추진단에서 결정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기금은 지난해 합의에 따라 지부별로 임금인상분의 0.3%를 반납하고 회사가 같은 액수로 대응출연해 332억8천만원을 마련한 상태다.

노조 소속 일부 지부는 "지역에서 조성한 자금은 지역에 써야 한다"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김문호 위원장은 조인식에 앞서 “노사공동 사회공헌사업에 지방조직의 지역사회공헌사업을 포함하는 문제는 산별노사공동실무추진단에서 추가로 논의해 결정하자”고 말했다.

한편 이날 임금협상을 마무리한 노조는 임원선거 채비에 들어간다. 노조는 다음달 20일을 전후해 중앙위원회를 열어 선거관리위원회를 구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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