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플랜트공장에서 배관공으로 일하는 일용노동자 A(43)씨가 평소에 받는 임금명세서에서는 주차·유휴수당 항목을 찾을 수가 없다. 일한 만큼 정당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것이다. A씨는 “일용직은 계속 일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항의하기가 쉽지 않다”며 “사업장마다 정확한 임금 산정내역이 담긴 임금명세서를 의무적으로 발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동·시민단체가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를 위한 공동행동에 나섰다. 양대 노총과 참여연대 등 11개 노동·시민단체로 구성된 ‘임금명세서 교부의무화 입법청원 공동행동’은 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영세·무노조 사업장일수록 사용자가 임금 산정을 엉터리로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같이 밝혔다.

공동행동은 임금명세서 교부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근기법에는 임금명세서를 사용자가 의무적으로 교부하도록 하는 조항이 없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노동현장에서 임금명세서가 교부되지 않거나 임금명세서가 교부되더라도 양식이 사업장마다 달라 임금 산정내용이 제대로 기재돼 있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다.

권영국 변호사(민변 노동위원장)는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임금을 건당 수수료로 받기 때문에 사측에서 역으로 임금명세서를 조작하는 일도 허다하다”며 “노동의 대가인 임금을 정확하게 받기 위해 정확한 임금명세서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임금명세서가 의무교부될 경우 노동자는 임금 산정에 대한 알권리를 보장받고 임금체불도 예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임금항목에서 과세와 비과세 대상을 구분해 임금액수를 기재하도록 하면 저임금 노동자들의 근로소득세 과오납 문제도 예방할 수 있다.

한지혜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일수록 임금체불 노동상담이 많다”며 “임금체불을 당한 사람이 직접 증명해야 하는 구조는 불합리한 만큼 임금명세서를 의무적으로 교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교현 아르바이트노조 위원장은 “임금명세서 교부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확보를 위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공동행동은 임금명세서 교부 의무화 입법청원을 위해 1만명 서명운동을 추진한다. 피해 당사자들의 증언을 듣고 대안을 모색하는 토론회도 준비 중이다. 이달 16일에는 은수미 민주당 의원과 함께 입법발의 기자회견을 개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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