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다음달 5일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갑을오토텍의 통상임금 사건에 관한 공개변론이 열린다. 전원합의체에 회부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부터 통상임금 문제에 관한 노동자들의 관심은 최고조에 이르는 듯하다. 전원합의체 회부의 의미부터 결과 예측까지 아전인수와 억측이 난무하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통상임금 사건의 직접 당사자인 노동자들에게 필요한 기초적인 정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전원합의체의 법률적 의미와 이 사건이 갖는 가치에 대해 생각해 봤다.

법원조직법(제7조)에서는 대법관 14명 전원의 3분의 2 이상이 참여해 합의체를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번 전원합의체는 종전에 대법원에서 판시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의 해석적용에 관한 의견을 변경할 필요가 있음을 인정하는 경우이거나(제3호), (대법관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부에서 재판함이 적당하지 아니함을 인정하는 경우(제5호)의 사유로 구성된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5일은 변론기일일 뿐이다. 당일에 선고까지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많은 노동자들이 이날 선고될 것으로 오해하고 있지만 정확한 선고일을 알기는 쉽지 않다.

지난해 3월 대법원 금아리무진 판결의 취지는 근무기간 등을 고려해 차별 지급된 상여금도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사용된 법리는 일정한 요건을 갖춘 자들에게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금원은 통상임금이라는 것이다. 비록 이름을 달리하지만 각종 자격수당·위험수당·근속수당 등이 이 조건을 충족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수없이 누적돼 왔다. 과거 일정한 조건을 전제로 하지 않고 모든 종사자에게 지급돼야 한다는 엄격한 해석에서 통상임금 원래 목적으로 해석을 변경해 왔다. 결국 상여금 항목이 제 수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금액일 뿐이지 통상임금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 수당에 관한 것과 완전히 동일하다.

통상임금이라는 게 뭔가.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보상을 위해 사전적·수단적으로 마련한 개념이지 않은가. 사용자가 임의로 통상임금을 적게 조작한 결과 연장·야간·휴일 근로에 대한 대가가 평일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보다 못했다.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는 법원은 판결문으로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만은 보호해야 한다는 뜻을 꾸준히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경영계는 차등 지급되는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될 경우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므로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이어 오고 있다. 지난 27일 중소기업계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아무런 법률적 논리가 없다. 그들의 주장대로라면 돈을 빌려 간 채무자가 갚을 돈이 없기 때문에 채권자의 청구를 기각해 달라는 말과 다르지 않다. 굳이 법을 가까이 하지 않더라도 경영계의 주장은 아예 고려사항이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자들은 자신들의 체불임금이 얼마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확실하지도 않은 사용자의 경영상 어려움이 체불임금 액수를 확인하는 데 무슨 장애가 된단 말인가.

참고로 변제할 돈이 없다는 상황은 판결이 난 이후의 문제다. 집행단계에서나 고려될 사항인 것이다. 수익이 판결금액을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집행 방법은 너무나 다양하다. 사업장에 따라서는 설사 노동자들에게 상당한 금액의 돈을 지급하라고 판결이 선고되더라도 일시불이 아니라 장래 임금인상에 반영하거나 아예 일부를 반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어떤 노동자가 고작 지난 3년간의 체불임금과 회사의 존폐를 바꾸겠는가. 노동자들이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 진정 바라는 것은 법이 정하는 정당한 내용으로의 임금체계 개선이다. 수십조원의 부담을 언급하지만 현실에서는 소송이 아닌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 가는 사업장이 훨씬 많다.

경영계가 굳이 원망을 하고 싶다면 법원이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옳다. 사용자는 정부의 지도에 따라 임금을 운영했을 뿐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결국 지금의 어려움과 손해배상 책임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지도에 있다.

바야흐로 통상임금 소송이 중요한 분기점을 맞이했다. 통상임금 사건은 개별사건 하나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우리 사회가 법치주의로 갈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기회다. 행정부 우위의 사회에서 벗어나 사법부와 입법부가 존중받는 시대로 전환할 수 있을지 확인하는 기회다. 헌법에서 명명한 삼권분립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지켜볼 일이다.

누누이 지적했지만 수조원에 이르는 현재의 사회혼란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 법원이 정의한 통상임금 요건을 무시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상여금이 포함되는지 여부는 작은 방론에 불과하다. 사법부가 대한민국에 법치주의가 살아 있음을 의연하게 보여 주리라 기대한다.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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