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 충북지부(지부장 김미경)가 최근 한 조합원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과 관련해 충북교육청에 직무통폐합 중단 등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지부는 22일 오후 청주시 청남로 충북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당국은 학교비정규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 몬 교무실무사 제도를 폐지하고 질병휴직제도를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충북 청주시의 한 초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여성 조합원 김아무개(53)씨가 스스로 목을 매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씨는 올해 들어 지병인 당뇨가 악화돼 유급 병가와 연차휴가 등을 내 치료에 나섰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자 지난 6월 말 학교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이후 김씨는 실업급여를 신청하는 과정에서 60일간의 질병휴직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는 사직처리를 무효화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학교측이 이를 거부하자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부는 충북교육청이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교육실무사제가 김씨 죽음의 계기가 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제도는 그동안 교무실무원·전산실무원·과학실험실무원·발명교실실무원 등 4개 직종을 하나로 통합해 운영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과학실험실무원으로 일했던 김씨는 제도 운영 이후 주위에 노동강도 증가를 호소했다. 지부는 김씨의 당뇨증세 악화의 원인으로 노동강도 강화를 지목했다.

지부는 질병휴직제 역시 문제로 지적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은 소속 지방공무원에게 60일간의 유급 병가와 1년의 질병휴직을 부여하고 있지만 학교비정규직에 대해선 60일(유급 14일·무급 46일) 간의 병가가 전부다. 김씨가 질병휴직을 쓸 수 있었다면 죽음을 택할 일도 없었다는 얘기다.

지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김씨의 죽음은 학교현장의 차별이 만들어낸 비극”이라며 “충북교육청이 책임져라”고 촉구했다.

지부는 이날 부터 오는 30일까지 충북교육청 앞에 김씨를 추모하는 분향소를 운영한다. 채려목 지부 조직부장은 “아플 때조차 차별받는 학교비정규직의 현실이 상징적으로 드러난 사건”이라며 “충북교육청은 교무실무사제를 즉각 폐지하고, 질병휴직제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했다.

충북교육청 관계자는 “현재 관내 학교 80% 이상에서 교무실무사제가 운영 중이라 현실적으로 이를 철회하기는 어렵다”며 “서로가 업무를 나누는 구조라 전체 학교비정규직의 총노동량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공무원과 동일한 수준은 어렵지만 현재 진행 중인 단체협약 교섭을 통해 질병휴직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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