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무더위 속에 투쟁하는 동지들이 참 많습니다. 투쟁하는 사업장은 70여곳이 넘고, 그중에서도 장기투쟁하는 곳은 더욱 늘어나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이나 이명박 정권이나 별로 차이가 없습니다. 수구보수 새누리당이 집권한 것이니까요. 언론장악으로 민중들의 눈과 귀를 멀게 하고 입을 틀어막고 있습니다.

그래도 희망은 살아 있습니다. 투쟁하는 노동자들이 있고 희망버스와 촛불집회가 인간다운 삶과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하고 있으니까요.

노동자들이 철탑농성과 고공농성으로 극한의 투쟁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이놈의 정권과 자본은 날로 악랄해지고 있습니다. 15년 전이나 지금이나 정권과 자본의 탐욕 때문에 노동자들은 투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7년 전 암투병 끝에 세상을 떠난 전 청구성심병원노조 위원장 이정미 열사를 추모하는 행사가 지난 17일 오전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서 진행됐습니다.

15년 전 IMF를 빙자해 청구성심병원에서 노동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했습니다. 98년 8월7일 무더웠던 새벽 파업전야에 병원측은 똥물투척·식칼테러·집단폭력을 자행했습니다. 세상에 태어나 그런 고함과 비명이 낭자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은 처음 겪었습니다. 저와 동료조합원, 연대를 온 동지들은 병원 밖으로 쫓겨나 장외투쟁을 해야 했습니다. 당시 MBC 9시뉴스에 병원의 만행이 보도돼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상상하기도 싫은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그 투쟁의 중심에 이정미 열사가 있었고 노조말살·정리해고에 투쟁으로 맞서 마침내 민주노조를 사수하고 승리했습니다.

그런데 지속적인 노조탄압 때문에 대부분 조합원들에게 우울증이 발생했습니다. 이때 이정미 열사는 힘들고 지친 조합원들을 하나하나 격려하고 지원했고, 조합원들은 결국 집단 산재로 인정받게 됐습니다.

여성노동자로, 두 아이의 엄마로, 보건의료노동자로,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로 살면서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투쟁했던 이정미 열사의 뜻을 이어 가고 실천하고자 2007년에 이정미 열사 정신계승 사업회가 발족했습니다. 그리고 이정미 노동자상을 제정해 투쟁하는 사업장에 지원금과 상패를 드리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기륭전자분회(2008년)·학습지노조 재능지부(2009년)·공공노조 국민체육진흥공단비정규지부(2010년)·보건의료노조 영남대의료원지부(2012년) 등이 그 주인공들입니다.

매년 중소영세·여성·비정규직 사업장의 투쟁을 지원하는 사업도 하고 있습니다. 이랜드-뉴코아노조, 공공노조 대구지역지부 동산병원 영양실분회, 금속노조 동희오토사내하청지회, 성희롱 피해자였던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여성, 금속노조 안산지부 시그네틱스분회 등의 투쟁에 조그만 보탬이 되고자 했습니다.

이정미 열사 7주기를 맞은 올해는 2007년부터 재단 매각과 병원 해체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서울지역지부 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에 이정미 노동자상을 드리게 됐습니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인 칠곡 경북대병원에서 원직복직 투쟁을 벌이고 있는 조합원들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이정미 열사는 살아생전 인간적인 삶이 묻어나는 노동조합, 민주노조 깃발이 펄럭이는 작지만 투쟁하고 연대하는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희망이 될 수 있는 노동조합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열사가 실천하려던 민주노조와 사람이 존중받는 노동운동을 만들기 위해 우리가 그 짐을 나눠 맡고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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