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청소 일을 하는 올해 61세의 김아무개씨는 2년 전 업무 도중 계단에서 미끄러져 허리를 크게 다쳐 입원했다. 다행히 김씨는 산재보험 처리가 돼 병원치료 기간에도 휴업급여를 받게 됐다. 지난 2년간 김씨는 평균임금의 70%를 휴업급여로 받아 생계를 꾸렸는데 61세가 된 올해부터는 평균임금의 66%만 나온다. 단지 60세가 넘었다는 이유로 4%가 삭감된 것이다.

노동시장이 빠르게 늙어가면서 고령자 산업재해가 급증하고 있다. 현행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61세 이상 고령자에 대해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 감액제도를 적용하고 있어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차별행위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의 '2013년판 고용노동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55세 이상 고령노동자 재해자는 2만9천120명으로 2011년에 비해 6%(1천573명) 증가했다. 고령 산업재해자는 2010년에도 전년도 대비 7%(1천626명) 늘고 2011년에도 3%(925명) 늘어나는 등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전체 재해율이 2007년부터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과는 대비된다. 전년 대비 전체 재해율 감소폭은 2010년 -1.4%, 2011년 -5.8%, 지난해 -9.2%로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이 61세 이상 노동자에 대해 산재보상에 차별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2007년 전면 개정된 산재보험법은 고령자 감액제도를 신설했다. 61세가 넘으면 휴업급여와 상병보상연금을 매년 4%씩 깎는 방식이다. 65세 이상인 경우 정상적으로 받을 수 있는 휴업급여(평균임금의 70%)에서 20%나 삭감된 금액을 지급하도록 했다.

법 개정 논의 당시 정부와 사용자측은 "일반적인 퇴직연령이 60세 전후인데 산업재해자는 60세 이후에도 업종의 임금상승에 따라 휴업급여가 계속 상승되고 산재요양이 지속되는 한 연령의 제한없이 휴업급여가 지급되는 것은 사회적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정년 이후 노동력과 소득 상실을 감안해 휴업급여도 삭감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는다는 주장이다. 그런데 61세 이후 일하다 다친 경우에도 휴업급여가 감액된다. 산재보험법 제55조(고령자의 휴업급여)에 따르면 61세 이후에 업무상 재해로 요양하는 경우 2년간 유예기간 거친 뒤 똑같이 감액제도가 적용된다. 심지어 최저보상기준을 적용받는 저소득 노동자인 경우에도 고령자면 휴업급여가 삭감된다.

유성규 공인노무사(노무법인 참터)는 "고령자의 경우 젊은이들이 기피하는 위험업종에서 일하기 때문에 산재에 노출될 위험이 더 높다"며 "최악의 노인빈곤 국가로 지목될 정도로 사회보장 제도가 열악한 조건에서 산재요양에 따른 휴업급여까지 고령자라는 이유로 감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정년연장법 개정에 따라 감액기준 연령을 높이는 방안은 검토해 볼 수 있으나 고령자 감액제도를 폐지하는 근본적인 수정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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