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인 현대HCN이 운영하는 충북방송이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시청자 VJ세상)에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을 불방해 지역사회와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시청자가 제작해 참여하는 방송의 취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31일 민주노총 충북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5월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와 노조 유성기업지회, 생활교육공동체 공룡이 유성기업의 노조파괴를 다룬 <타겟, 유성지회의 두 번째 봄>을 제작해 시청자 VJ세상에 방송을 요청했다.

하지만 충북방송은 "노사 양측이 첨예하게 맞서는 사안의 경우 주관적인 편집과 멘트가 들어가면 명예훼손 등 법적인 다툼의 가능성이 있다"며 방송 불가 입장을 지난달 제작진에게 통보했다. 이에 지역 언론·영화인·시민단체는 8일부터 방송 불가 결정에 항의하는 인증샷을 올리고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시청자 VJ세상은 방송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운영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이 직접 제작한 영상을 방송한다. 이는 소외된 이들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공론의 장을 형성하기 위해 방송법(제70조)에 규정된 것이다.

방송법에 따라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시청자들이 방송요청을 한 프로그램을 방영해야 할 의무를 갖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분석이다.

방송사가 제시한 "주관적인 편집과 멘트가 불방 사유가 된다"는 것도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인 시청자 VJ세상은 뉴스와 같이 제3자가 자신과 관계없는 사안을 전달하는 방송이 아니라 시청자 자신의 주장을 영상에 담은 것이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국회 청문회와 법원 판결로 이미 밝혀진 노조파괴 사실을 바탕으로 제작자의 관점과 의견이 표현되는 것을 이유로 방송을 거부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했다.

충북본부는 "노조파괴가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도 불법행위를 중단하지 않는 유성기업의 행태를 알리고 노동자의 기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공공의 이익에 관한 사항"이라며 "충북방송은 노동3권이 부정되는 사업장 현실을 알릴 수 있도록 불방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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