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역 종합병원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이 인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사생활 침해·성추행 노출 등으로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이 제 역할을 못해 제도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인권운동연대·복지연대회의가 최근 대구지역 경북대병원·영남대병원·동산의료원·가톨릭병원·파티마병원의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을 조사한 결과다.

이들 단체는 24일 오전 대구시 중구 경북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병원의 무관심으로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이 방치돼 인권침해 소지가 적지 않다”며 “좁고 열악한 공간에서 전혀 모르는 남녀가 혼숙을 하는 등 병원이 구조적으로 인권침해를 야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환자보호자 대기실은 보호자들이 중환자의 급박한 수술을 기다리며 휴식과 수면을 취하는 곳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 5개 병원 모두 탈의실이 없어 보호자들은 화장실 등에서 옷을 갈아입고 있었다. 병원 4곳은 남녀 구분이 없이 혼숙을 해야 했다. 경북대병원과 가톨릭병원은 개인 사물함도 없었다. 경북대병원의 일부 대기실은 방이 없어 보호자들이 의자에서 잠을 자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단체는 "병원 내 커피숍 등 이익이 되는 공간은 넓고 깨끗한 데 반해 보호자 대기실은 엉망으로 방치하고 있는 게 병원의 현실"이라며 "대형병원은 책임의식을 갖고 공간을 확보해 환자와 보호자의 인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백범기 보건의료노조 대구경북본부장은 "서울의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병원에 호텔을 짓고 환자와 보호자를 묵게 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며 "대구지역 종합병원들이 시설을 개선하지 않는다면 서울에 환자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백 본부장은 "호텔을 짓는 것은 환자와 보호자들의 부담을 증가시키고 병원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의료 민영화"라고 비판한 뒤 "대구지역 종합병원들은 인권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시설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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