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요즘 많이 하는 북콘서트가 한국노총에서는 처음이라지요. 저도 북콘서트 주인공이 된 것은 처음입니다. 떨리면 입술이 바짝바짝 마른다고 하는데 지금 그러네요."

올해 칠순을 맞은 반백의 노동운동가가 '떨린다'고 고백한 곳은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 개정증보판 발행을 기념해 열린 북콘서트 현장이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13층 현대컨벤션홀에서 열린 북콘서트는 한국노총이 주최했다. 저자인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의 삶과 활동을 돌아보고, 한국 노동운동의 갈림길을 주제로 다양한 이야기들이 꽃을 피웠다.

이원보 이사장이 한국노총 섬유노조 간부로 노동운동에 첫발을 내디뎠다는 것은 노동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이사장이 전태일 열사가 분신했던 70년 이른 봄, 보일러수리 자격증을 따러 서울 종로5가 학원가를 배회했다는 사실은 이날 북콘서트에서 처음 알려졌다.

그는 "현장(공장)에 들어가려면 기술을 배워야 한다고 해서 보일러수리 자격증을 땄고 호신술이 필요해서 합기도를 배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취업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보일러를 수리하기에는 손이 너무 곱다는 이유로 번번이 퇴짜를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최대 노조였던 한국노총 섬유노조에 입사원서를 내고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의 길을 걷게 됐다. 그때가 76년. 벌써 37년이 흘렀다.

이날 북콘서트에서는 이 이사장이 걸어온 삶의 궤적과 한국 노동운동의 주요 장면이 슬라이드 필름처럼 생생하게 펼쳐졌다. 사회를 맡은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은 "요즘 노동운동의 위기를 말하는데,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을 기록한 저자의 저술뿐만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길을 찾고자 북콘서트를 열게 됐다"며 "노동운동의 선배와 후배들이 모여 대화하고 소통하는 공론의 장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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