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 비정규직 해소사업을 정부에 맡겨 둘 것이 아니라 국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정책추진과 이행상황을 감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관리하는 관계부처들과 비정규직 당사자들이 협의할 수 있는 대정부 교섭기구를 구성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공공부문비정규연대회의와 국회의원 연구모임 '복지노동포럼'은 15일 오후 국회 입법조사처 대회의실에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 올바른 방향 모색을 위한 국회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는 여야 정치권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석하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조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해 성황을 이뤘다.

"정책 일관성 없으면 비정규직 문제 해결 못해"

토론회 발제를 맡은 박주영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법률위원장은 "정부 정책에 일관성이 없으면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참여정부에서 추진하던 정책조차 이명박 정부 때 비정규직 확대 전략으로 바뀌어 버렸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비정규직→무기계약직→정규직'을 해 나가겠다고 공약했는데 최근의 정책을 보면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규정하면서 비정규직 활용전략을 답습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5년까지 공공부문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해 비정규직 고용을 폐지하겠다는 박 대통령의 공약도 회의적으로 평가했다.

"박근혜 정부, 실태조차 파악 안 해"

박 위원장은 "박근혜 정부는 상시·지속적 업무의 범위와 전환대상자에 대한 재량적인 예외를 둔 전환기준에 대해 아무런 문제의식도 보이지 않고 있다"며 "전면적인 폐지원칙을 명백히 밝히고 그에 상응하는 추진계획과 예산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공약을 포기한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박 위원장은 "상시 수행되는 공공부문 간접고용 업무를 직접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하려면 전환 과정에서 업무상 지위·권한이 부여돼야 하고 임금보장과 노동조건 개선도 고려해야 한다"며 "그럼에도 정부 차원에서 공공부문 간접고용 분야에 대한 실태조사도 없고, 민간위탁에 대한 규모 파악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시간제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과 관련해 박 위원장은 "지금 정부는 기존의 일자리에서 시간제로 쪼갤 수 있는 부수적이고 단순한 업무를 단시간 적합직무로 분리하려 한다"며 "열악한 저임금 일자리가 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해고 중지·실태조사 선행에서 출발하자"

박 위원장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순환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정규직화 이전까지 해고 중지와 비정규직 현황에 대한 제대로 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며 "인건비를 사업비 예산에서 사용하는 것을 개선해 안정적인 인건비 예산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끝으로 박 위원장은 "국회가 특위를 구성해 공공부문 비정규직 해결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추진을 촉구하고 이행상황을 감독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정부는 대정부 교섭기구를 구성해 대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비정규직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토론자로 나선 김경란 민주노총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팀장은 "정부에 모범적 사용자 역할을 강제하고, 정규직화와 공공부문 간접고용 규제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기구로 국회 특위가 자리매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박 위원장의 주장을 거들었다.

"파리 목숨 면하지만 개밥그릇 면치 못해"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무기계약 전환방식의 대책은 '파리 목숨은 면하지만 평생 개밥그릇을 면치 못하는 또 다른 비정규직'에 다름 아니다"며 "상시·지속적인 업무의 경우 입구(고용)에서부터 정규직화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제자와 토론자의 주장에 대해 송문현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은 "예산이나 조직의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비정규직을 한 번에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는 우선 상시·지속적 업무부터 고용안정에 주안점을 둬서 처우개선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홍영표·김경협·윤후덕·한정애·전순옥 민주당 의원과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안철수 무소속 의원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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