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연배
교육선전실장

올해 2월26일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일방적으로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작된 공공의료 지키기 싸움이 1일로 125일째를 맞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주의료원을 지키는 것이 곧 취약한 우리나라의 공공의료를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각계각층으로 확산되면서 진주의료원 폐업 반대운동이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 진주시와 경상남도 차원에서 대책위원회가 발족했고 ‘진주의료원 지키기 공공의료 강화 범국민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조합원들과 시민들의 광범위한 반대여론 속에 5년 만에 여야 합의로 국정조사 진행이 합의됐음에도 6월11일 경상남도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은 '경상남도의료원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최소한의 절차조차 무시한 채 날치기로 처리했다. 진주의료원 폐업에 반대입장을 취하던 보건복지부는 같은달 13일 경남도지사에게 재의를 요구했다. 복지부는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해산은 의료법에 따른 복지부의 지도명령 위반이며,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것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국회는 지난달 12일 본회의에서 ‘공공의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채택한 국정조사 계획서를 통과시켰고 이달 13일까지 국정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여당 의원들로부터도 버림받고 사실상 사면초가에 놓인 홍 도지사는 복지부의 재의 요구도 거부하고 있고 국정조사에도 출석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여론 불리해지자 노조로 화살 돌려

당초 폐업 방침을 발표하면서 홍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폐업이유에 대해 누적부채 등 경영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이유를 제시했다. 그러나 공공의료기관에서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즉 “건강한 적자”라는 여론이 확산되고 진주의료원 폐업에 대한 시민들의 비난여론이 높아지자 경영 악화와 폐업의 책임을 전적으로 노조에 전가하기 시작했다.

홍 도지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강성귀족노조”라거나 “강성귀족노조의 해방구”, 심지어 “신의 직장”이라는 원색적인 표현을 쓰면서 노조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심지어 경남도청은 사실관계조차 왜곡한 내용을 담은 각종 자료집과 전단지를 주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배포하고 영상을 제작해 퍼트렸다.

5년 이상 임금 동결, 8개월 이상 임금 체불을 겪은 노동자와 노조를 향해 "강성귀족노조"라고 말하는가 하면, 심지어 임금 체불에 대해 유감을 표하는 것은 고사하고 직원들이 밀린 임금은 적금에 들었다거나 보험에 든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경상남도와 홍 도지사는 폐업 추진 과정에서 헤아릴 수 없는 숱한 거짓말을 일삼았다. 먼저 보건의료노조 진주의료원지부를 강성노조로 매도하기 위해 14년 전 사례까지 들먹이면서 당시 노조가 의료원장을 감금·폭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처음이자 마지막 파업이었던 99년 발생한 일로 사용자측이 합의를 번복했고, 이에 항의하던 여성조합원을 오히려 의료원장이 폭행한 사건이었다. 다행히 당시 사건현장에 있던 경남도민일보 기자가 쓴 기사가 재조명되면서 경상남도의 뻔뻔한 거짓말이 들통 났다.

한 달간 정상화 방안을 포함해 대화하겠다고 약속하고는 뒤에서는 이사회를 열어 폐업 결정을 하고 폐업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무려 5억원을 들여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그동안 경상남도가 연간 진주의료원에 지원한 금액이 12억원이었으니 절반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폐업이 정상화 방안? 황당한 궤변

그리고 정작 노사 협상장에서는 정상화 방안을 제시하기는커녕 “폐업도 정상화 방안의 하나”라는 상식 이하의 궤변과 전 직원이 사표를 쓰면 고려해 보겠다는 말까지 늘어놓았다.

경상남도는 휴업 발표 이후 마지막 남은 3명의 환자를 강제로 퇴원시키기 위해 2명은 진주의료원 직원 가족, 나머지 1명은 보호자의 가족이 민주노총 조합원이라고 보도자료를 통해 발표했다. 이 또한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단 한 마디의 사과조차 없었다. 더구나 이 사건은 환자의 가족이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인지 아닌지까지 파악한 것으로, 사생활 침해이자 인권침해 사건이었다. 이쯤 되면 경상남도와 홍 도지사의 노조 혐오증은 가히 병적인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최소한의 균형감도 지키지 않은 악의적인 설문 문항을 만들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는 진주의료원 폐업 지지여론이 높다고 발표하는 뻔뻔함을 보이기도 했다.

또한 진주의료원 폐업 발표를 하면서 3개 대학병원을 거론하며 민간위탁을 추진하려 했으나 "강성노조 때문에 거부당했다"고 몇차례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한 언론사의 취재 결과 이 또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홍 도지사의 발언을 살펴보면 요지는 "강성노조 때문에 폐업을 하겠다"는 것이다. 자신의 잣대로 마음대로 노조를 평가하면서 노조활동에 대한 지배·개입 수준을 넘어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노동 3권 자체를 깡그리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강성노조는 없어져야 한다는 전제하에 그는 자신의 말 그대로 노조와 “전투 중”이다.

특히 민주노총에 대한 혐오감을 여과 없이 드러내고 있다. 게다가 사용자들의 노조 탄압 사례나 불법적인 부당노동행위로 노조가 와해된 사례를 모범사례로 옹호하고 있는데 이는 법을 준수해야 할 공직자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공직자가 앞장서 노동3권 부정하는 세상

공공부문 노사관계에서 정부와 지자체는 사실상 직·간접적으로 사용자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홍 도지사는 민간부문 사용자의 모범이 돼야 함에도 오히려 부당노동행위를 장려하고 있는 셈이다. 홍 도지사와 경상남도의 행위는 노사관계 측면에서 볼 때 그야말로 ‘악질 사용자’의 전형을 보여 주고 있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은 당연히 근로기준법이나 취업규칙 또는 개별 근로계약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또한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드는 것은 사용자들의 경영이나 인사 문제에 개입하고 간섭하면서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하려는 데 근본 목적이 있다.

그런데 경상남도 감사 결과 지적사항 중에는 단협이 근로기준법에 우선한다는 조항과 쟁의 중 신분보장, 시설편의제공 조항이 모두 위법·부당한 조항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속했던 의원으로 누구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홍 도지사가 억지 주장을 하며 노조 탓으로 돌리는 데에는 아무리 해도 폐업의 정당성을 설명할 길이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보건의료노조는 홍 도지사와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을 직권남용·명예훼손과 부당노동행위로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부당노동행위로 고용노동부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도지사로서 폐업을 주도했고 소속 공무원을 진주의료원장 직무대행으로 파견해 근로조건을 결정하게 하는 등 근로관계에서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 권한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노조활동을 악의적으로 비난하고 노조활동에 지배·개입을 한 이상 그에 따라 응분의 사법적 책임도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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