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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립예술단노조 만들었다고 공연까지 배제?김기범 공인노무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김기범
공인노무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우리나라에는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수많은 예술단이 존재한다. 예술단에 소속돼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은 당연히 노조를 설립할 수 있다. 대한민국 헌법이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 노동자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소속돼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도 인천시립예술단·광주시립예술단·대구시립예술단·부산시립예술단·울산시립예술단·성남시립예술단·부천시립예술단·제주도립예술단 등 전국의 예술단 소속 공연노동자들이 가입해 노조활동을 하고 있다. 시립예술단에 소속된 예술인들도 노동자이기에 노조를 설립하고 근로조건 유지·개선 등을 위한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상식인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이러한 상식을 거부하는 집단도 있다. 이는 공공운수노조 천안시립예술단지회의 문제를 통해 선명하게 드러난다.

천안시립예술단 소속 공연노동자들은 지난해 6월 합창단원들을 중심으로 공공운수노조 천안시립예술단지회를 설립했다. 구성원들의 정년이나 근로시간, 예술단의 평가제도에 대해 천안시와 교섭을 할 필요성이 있었다. 특히 천안시립예술단의 일부 공연단을 민간 재단법인으로 이관시킨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노조를 설립해 집단적으로 대응해야 했다. 기업에서 노조가 처음 설립되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사측으로부터 유·무형의 불이익이 가해지는 것은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인 일이다. 천안시립예술단의 노동자들도 어느 정도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안시의 탄압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발생했다. 합창단원들을 중심으로 노조가 설립되자, 그 후부터 천안시의 공식 공연행사에 합창단을 배제하기 시작한 것이다.

천안시립합창단은 90년 창단 이래 매년 천안시 주관 공연 50여회를 비롯해 90여회에 이르는 공연을 소화해 왔다. 그런데 노조결성 직후 같은해 7월5일 확정돼 있던 반딧불 연주가 취소된 데 이어 7월7일 천안박물관 주최 행사 중 합창단 연주만 없던 일이 됐다. 매년 참가하던 광복절 행사도 마찬가지였다. 9월3일 진행된 천안시 예술의 전당 개관식에서 합창단만 배제됐다. 심지어 예술단 송년음악회도 참여하지 못했다.

지난해 6월 이후 현재까지 정기연주회 2회를 비롯해 공연이 7회에 불과할 정도로 횟수가 급감했다. 공연을 주된 업무로 하고 있는 공연노동자들에게 노조를 설립했다고 공연을 배정하지 않는 기상천외한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교사들이 노조에 가입했다고 조합원들만 강의를 배정하지 않는다고 가정해 보라.

천안시측은 이유가 다양한 외부단체의 공연을 통해 공연의 다양성을 높이고자 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노조 설립 직후에 그것도 설립을 주도한 합창단만 공연에서 배제되는 현 상황을 납득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해 보인다.

이러한 탄압에는 일부 지역언론도 가세했다. “시립합창단 노조 결성 배불러서…?”, “시립합창단 노조 결성 ‘요구안이 너무 해’”, “시립예술단 존폐로 불똥 튈까?”, “천안시 ‘시립합창단노조, 사실 왜곡’”, “천안시립예술단 ‘합창단노조 명분 없다’”, “천안시립합창단노조, 단체협약 이대로 좋은가”, “천안시립합창단 무리한 요구 ‘난색’” 등 기사제목만 봐도 낯간지러운 왜곡기사가 쏟아졌다.

지난달 천안시립예술단지회 노동쟁의 조정신청 기자회견장에서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기자회견 주최측이 인사말과 구호를 생략하고 기자회견문만 빨리 낭독하라는 기자단 간사의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기자단 간사가 천안시청 브리핑실 기자들에게 “야 뒤돌아! 뒤돌아!”라며 취재거부를 지시하는 코미디 같은 상황도 연출됐다. 심지어 천안시립예술단의 천안시립 교향악단·국악관현악단·무용단·풍물단 소속 노동자들은 합창단이 설립한 노동조합에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고, 본인들은 반대하는데 왜 천안시립합창단지회가 아닌 천안시립예술단지회라는 명칭을 사용하냐며 사용금지 가처분 신청까지 냈다. 천안시립예술단 노동자를 조직대상으로 하는 지회의 명칭이 천안시립예술단지회인 것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모든 배후에 천안시가 있다는 것은 외관상 보여진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추정이 가능하다.

지난 18일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이었다. 명백한 역사적 진실인 광주민주화운동을 두고도 폭동이라고 주장하는 몰상식한 세력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개를 치는 혼란스러운 세상이다. 그러나 헌법에서 노동3권을 보장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고작 노조 하나 만들었다고 사방에서 공격해 들어오는 이 상황은 너무 심하지 않은가.

김기범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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