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나라는 국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하지 않는 지 모르겠어요."

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 7층. '2013 살인기업선정식' 준비모임이 막바지에 이르렀을 때 조기홍 한국노총 산업안전본부 국장이 툭 던진 한마디가 머리를 때렸다.

매년 4월28일이 되면 서울에서, 뉴욕에서, 시드니에서 추모의 촛불을 밝힌다. 일하다 죽은 노동자를 기리는 촛불이다. 이날은 국제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국제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이 처음 지정된 것은 지난 96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지속가능한 발전위원회’에 참석했던 당시 국제자유노련(현 국제노총) 대표들이 산재사망 노동자를 위해 촛불을 밝힌 것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들은 93년 태국 장난감공장에서 화재로 죽어 간 188명의 노동자를 추모하기 위해 촛불을 밝혔다. "선진국 어린이들의 꿈이 담긴 장난감을 만드는 데 개발도상국 노동자의 피와 죽음이 묻어 있다"는 각성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제노총과 국제노동기구(ILO)는 96년부터 이날을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로 부르며 유엔이 정하는 국제기념일로 만들기 위한 활동을 펼쳤다. 이미 110개 이상의 나라에서 매년 이날을 기념하는 추모행사를 열고 있다. 캐나다·브라질·스페인·대만 등 13개 나라는 이날을 국가 공식기념일로 지정했다.

우리나라는 해마다 2천여명이 넘는 노동자가 일하다 죽고, 10만명에 이르는 노동자가 업무상재해와 직업병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일터에서 3시간에 한 명꼴로 죽고, 5분에 한 명씩 다친다. 수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산재사망만인률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최근에는 화학물질 취급사업장에서 폭발사고와 누출사고가 잇따라 노동자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불안에 떠는 지경이다.

대형 산재사고가 터질 때마다 정부는 산업안전감독을 강화하고 산업재해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노동계는 솜방망이 처벌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수십 명이 산업재해로 죽거나 다쳐도 벌금 몇 푼이면 해결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이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국가기념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지적은 유효적절하다. 국가기념일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정부 제정·주관 기념일이다. 현재 우리나라 국가기념일은 모두 46개나 된다. 3월3일 납세자의 날부터 시작해 12월3일 소비자의 날까지 이어진다.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을 하루 더해 이날만이라도 산재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날만이라도 억울하게 죽어 간 산재노동자를 기억하도록 해야 한다.

양대 노총과 매일노동뉴스, 여러 정당은 산재노동자 추모의 날에 맞춰 매년 최악의 살인기업을 발표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로부터 지난해 발생한 산업재해 자료를 넘겨받아 가장 많은 사망사고가 일으킨 기업을 선정한다. 노동부 통계자료에도 잡히지 않는 최악의 살인기업을 누리꾼들의 투표로 정해 특별상을 준다. 지난해에는 삼성·쌍용자동차·KT·한국철도공사 등 4곳이 경합을 벌여 삼성이 선정됐다. 올해도 투표가 진행 중이다. 지금 당장 스마트폰을 열어 투표하자.

* 살인기업 선정 온란인 투표(laborhealth.or.kr/vote2013)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