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가 박근혜 정부 기간 동안 정치권을 달굴 주요 화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강기윤 새누리당 의원·유대운 민주통합당 의원·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17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새정부,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공공기관 무기계약직 전환실적 미미

토론회 발제에 나선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지난 몇 년 동안 우리나라 전체 비정규직의 비율은 50% 수준에서 고착화되고 있지만 공공부문 비정규직 비율은 오히려 증가 추세"라며 "2011년 34만명이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이 지난해에는 36만명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 연구위원에 따르면 2011년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은 24만명이었으나 다음해에는 24만9천명으로 9천여명 증가했다. 간접고용 비정규직도 같은 기간 9만9천명에서 11만명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김 연구위원은 "현 정부가 공공부문 직접고용 비정규직 개선에 초점을 두고 있지만 차후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개선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용노동부가 지난해 9월과 지난 8일 발표한 '2012년 공공부문 무기계약직 전환 실태'에 따르면 기간제(24만9천명) 가운데 무기계약 전환 대상자는 2만3천여명에 불과했다. 노동부는 전환 대상자 중 2만2천여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다고 실적을 발표했다. 무기계약 전환 대상에는 11만명에 달하는 간접고용 노동자는 제외됐다.

김 연구위원은 "무기계약직 전환 대상자가 적어 전환실적이 높은 것처럼 나타났다"며 "각 기관별로 무기계약 전환실적 격차가 크다는 점을 보면 일선 담당 공무원의 자의적 판단으로 전환대상자가 선정되는 등의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공공기관 성과주의 경영전략이 문제"

실제 지난해 상반기 주요 공공기관 기간제의 무기계약 전환 계획을 살펴봤더니 한국마사회의 경우 비정규직이 7천720명이었지만 전환 대상자는 36명에 불과했다. 한국과학기술원은 1천700명 중 72명, 한국환경공단도 576명 중 38명이 전환 대상자였다. 심지어 한국토지주택공사의 경우 2천509명의 비정규직 중 전환 대상자는 단 1명도 없었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개선대책을 위해서는 총액인건비와 경영평가, 정원과 예산지침 등 제도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이어졌다.

김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선진화정책으로 인해 공공부문에서 고용구조가 악화돼 비정규직이 증가했다"며 "성과주의 경영전략 도입 등 경영합리화의 이름으로 정책이 무차별 도입되면서 공공기관들이 비정규직 문제 해결 의지가 있더라도 중앙정부의 대책을 이행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고영국 구로구근로자복지센터장은 "무기계약직은 공무원이 아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에 근거해 해고가 이뤄져야 하지만 중앙행정기관 등의 무기계약직 해고는 자의적으로 이뤄질 소지가 있다"며 "무기계약직의 해고가능 규정을 폐지하고 무분별한 외주화를 중지하기 위한 제도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발제했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전환 관행 만들어야"

토론자로 나선 이남신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소장은 "상시·지속 업무인 경우 정규직 채용과 전환이 고용관행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는 노동시장 구조를 좋은 일자리 점증 구조로 바꿔갈 수 있도록 정책의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주문했다. 특히 이 소장은 "공공부문의 경우 직접고용의 고용원칙을 확립하고 무분별한 외주화와 민간위탁을 직영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기훈 새누리당 의원은 "공공기관에 비정규직이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지만 반면에 정규직화 하는 데 수월한 면이 있다"며 "국회 안전행정위는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대운 민주통합당 의원은 "공공기관이 먼저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고 일반기업에게 유도정책을 펴 나가야 한다"며 "이미 늦은 만큼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법적인 접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은 "세 당 의원이 이 주제로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하는 것은 의미가 크다"며 "공공기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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