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과 하청업체의 공사비 시비로 공사가 중단돼 건설노동자 300여명이 일을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노동계는 최저가 낙찰제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건설노조 인천지부(지부장 강인석)는 9일 “원·하청 간 다툼에 따른 공사 중단으로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이 고충을 겪고 있다”며 “현대건설과 인천시는 조속히 현장을 정상화하라”고 요구했다.

지부에 따르면 2011년 6월 착공한 인천시 서구 소재 아시안게임 주경기장 건설공사가 지난달 말부터 중단됐다.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하청업체인 광진건업이 공사비를 놓고 마찰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건설은 광진건업에 콘크리트 골조공사를 맡기며 191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이후 광진건업이 공사 도중 비용 초과를 이유로 70억원을 추가로 요구했고, 현대건설은 이를 거절했다. 광진건업은 지난달 25일 공사 중단을 선언하고, 곧바로 현장사무소를 폐쇄했다.

애꿎은 건설노동자들만 울상이 됐다. 현장에서 일하던 30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2주일이 지나도록 공사가 재개되지 않으면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부는 “현대건설에 공사 재개를 촉구했지만 ‘새로운 협력업체를 찾는다’며 시간을 끌고 있다”며 “발주처인 인천시는 ‘사건에 책임이 없다’는 말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오전 조병규 지부 부지부장이 공사현장 30미터 높이의 타워크레인에 올라 공사 재개와 고용승계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에 돌입했다. 현대건설은 "타워크레인에서 내려오면 대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영철 노조 토목건축분과위원장은 “다음주 수요일께 현대건설이 새로운 협력업체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며 “최저가 낙찰제라는 제도상 허점으로 인해 공사 중간에 낙찰가가 초과돼 공사가 중단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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