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에는 두 개의 경제가 존재한다. 재벌의 경제와 나머지의 경제가 그것이다. 정부 차원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국내총생산이나 국민소득을 대상으로 수치를 작성하지만, 사실 한국경제는 이러한 성장률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재벌의 경제와 서민들의 경제가 분리돼 있다.

현대차그룹의 예를 보자. 현대차그룹의 매출액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연평균 14%씩 증가했다. 이 기간 한국은행에서 발표하는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2.5%에 불과했다. 심지어 세계 경제위기로 서민들의 생활고가 극심하던 2008~2009년에도 현대차그룹은 15% 가까운 매출 증가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역시 비슷했다.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그리고 이들 재벌에 직접 납품을 하는 1차 부품사들이 생산한 부가가치를 제외할 경우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정도다.

이러한 차이는 노동자들의 경제 체감도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현대차와 현대차 매출에 연동돼 매출이 증가하는 1차 부품사의 노동자들이 느끼는 경제 상황과 나머지 제조업 기업의 노동자가 체감하는 경제 상황은 하늘과 땅 차이다. 올해 초 제조업 공단을 보면 잔업에 특근까지 돌아가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일주일에 이틀 이상 휴업에 들어가는 사업장도 부지기수였다.

금속노조가 올해부터 가장 염두에 둬야 할 것은 바로 이러한 경제 양극화 현상이다. 주로 현대차·기아차와 1차 부품사들이 주축을 이루는 금속노조는 조합원들의 체감경제와 다수 제조업 노동자의 상황이 많이 차이가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올해만의 특별한 일은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많은 경제학자들이 전망하고 있듯이 2013년부터 세계경제가 장기 저성장 국면에 들어서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가 극단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 금속노조 자체적으로는 조합원 고령화로 인한 문제점이 향후 몇 년간 본격적으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금속노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조합원의 주축은 3저 호황세대다. 82년 초부터 84년까지 초고속 성장을 한 한국경제의 상황 속에서 공장에 들어와 87년 노동자 대투쟁과 96~97년 총파업을 주도한 세대다. 한국에서 대중적 노동운동을 만들어 온 이들 세대가 본격적으로 50대에 진입하고, 3~5년 사이 퇴직 트랙에 들어선다.

문제는 노동운동에서 이들 세대를 대체할 다른 세대 운동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제조업 기업들, 특히 금속노조가 조직된 사업장들은 90년대 초반 약간의 신규채용을 한 이후 대규모 채용을 진행하지 않았다. 노조를 회피하기 위해 신규사업은 국내에 별도법인을 세워 진행하거나, 해외공장을 세워 진행했다. 그나마 신규채용이 이뤄진 사업장은 무노조 사업장이 대다수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지회(분회)가 있는 15개 중견기업의 사례를 보자. 조사 결과 현재 금속노조가 있는 15개 기업의 계열사는 2000년 43개에 불과했으나 2012년 129개로 3배가 늘었다. 그리고 국내 법인만을 대상으로 봤을 때 금속노조 조합원은 2000년 그룹의 60% 가까이를 차지했으나 2012년에는 그룹의 20%밖에 되지 않았다. 사업주들이 금속노조를 회피할 목적 또는 재벌들이 그러하듯이 내부거래를 통해 이득을 챙길 목적으로 여러 법인들을 만든 탓이다. 이러한 결과로 기업의 큰 성장 속에서도 조합원이 늘어난 사업장은 10%도 되지 않았고, 조합원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을 훌쩍 넘어섰다.

금속노조는 올해부터 진지하게 이런 객관적 조건을 변화시키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경제적으로 국민경제와 분리돼 존재하며 세대적으로 고령화되는 속에서 노동운동의 미래를 말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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