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25일 공식 출범하는 가운데 새 정부의 고용노동정책을 두고 노사정은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창조경제·복지확대 등 경제·사회정책과 맞물려 고용정책의 비중이 크게 확대됐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다. 고용노동부 장관에 고용전문가인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인수위 고용복지분과위 전문위원), 청와대 고용복지수석에 복지전문가인 최성재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인수위 고용복지분과위 간사)가 각각 내정됐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도 비정규직 정규직화·노동시간단축·정년연장·정리해고 요건강화 등 일자리 관련 부문에서는 진일보한 정책을 내놨다는 평가를 받았다. 다만 공약보다는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사관계와 노동현안을 다룰 인재나 정책이 보이지 않는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노동계는 벌써부터 "이명박 정부의 ‘반노동’을 넘어 노동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무노동’으로 가려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꺼내 든 카드는 노사자율 존중과 법·질서 준수, 사회적 대타협이다. 노동계와의 관계설정이나 노동·노사관계 정책은 사회적 대타협으로 문제를 풀되, 개별 노사관계·노동현안은 법·질서를 존중하는 테두리 안에서 노사가 알아서(자율적으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쌍용자동차·현대자동차와 같은 노동현안이 사회적 이슈로 불거진 상태인 데다, 민주노총 배제 논란과 맞물려 노동계가 대규모 맞불집회를 열면서 정권 초반부터 노정관계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률 70% 달성, 경제·복지정책 총동원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은 창조경제와 같은 경제정책, 일-복지 연계 강화와 같은 사회정책과 더불어 비중이 커졌다.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향후 5년간 추진할 청사진인 '국민 일자리 행복 로드맵'을 수립하고 중앙정부 차원에서 (가칭)국민일자리행복회의를 만들어 일자리 컨트롤 타워로 삼겠다는 구상이다. 중앙과 지방, 정부와 민간이 일자리 문제를 협의하는 '일자리정책조정회의'와 '민관 일자리협의회'를 운영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인수위는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와 맞춤형 고용복지를 5대 국정과제 중 1·2순위로 꼽았다. 창조경제로 일자리를 이끌고(확대하고) 고용복지정책으로 이를 뒷받침하겠다는(유지·향상) 복안이다.

인수위는 창조경제와 고용복지 분야에서 각각 8개씩, 총 16개의 일자리 국정과제를 발표했다. 중소기업·소상공인·자영업자 활력 회복과 창업·벤처 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 학교·직업·평생교육 과제를 합치면 고용과제는 전체 140개 국정과제 중 30개 안팎에 달한다. 고령·청년·여성 일자리 문제는 각각을 하나의 국정과제로 삼을 정도로 비중을 높게 뒀다.

일자리 노동정책은 진일보, 공약보다는 후퇴

노동 문제에서도 일자리와 관련한 사항은 진일보한 정책을 내놨다. 대표적인 게 비정규직 차별해소와 정규직 전환, 노동시간단축·정년연장·정리해고 요건 강화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상시·지속적인 업무를 하는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하도급법)을 제정해 차별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 저소득층과 비정규직 고용보험·국민연금 보험료 지원대상과 수준을 향상해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최저임금 최저인상률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중장기적으로 최저임금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높이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이와 함께 2020년까지 연평균 노동시간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낮추고 2017년부터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기업규모별 단계적 정년연장을 시행하기로 했다.

정리해고 요건은 업무 재조정·무급휴직 등 해고회피 노력 사유를 명문화해 강화한다. 이어 사용자가 해고자에게 서면으로 재고용 우선권을 알리고, 재고용 의무기간에 채용계획을 통지하도록 하는 방안을 의무화한다.

그러나 인수위가 밝힌 일자리·노동 관련 국정과제가 공약보다 후퇴했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예컨대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의 경우 대선 때는 2015년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는데, 국정과제 발표에서는 시기를 못 박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시급하게 시행할 듯했던 정년연장도 집권 말기인 2017년부터 기업규모별로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쪽으로 후퇴했다.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저소득층 사회보험료 지원사업은 100% 지원에서 50% 지원으로 축소됐다. 사내하도급법 제정은 노동계가 "차별을 고착화한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개별 노동현안 '대책 없고' 노사정책은 '빈곤'

노사관계·노동정책 관련 국정과제는 고용부문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노사관계 분야에서는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이라는 단 하나의 국정과제만 포함돼 있다. 그것도 법·질서 준수, 신뢰와 타협(노자자율 존중), 사회적 대타협 추진이라는 원론적인 수준에 그쳤다. 노동계가 "노동(노사문제)에 대한 고려가 없다"며 '무노동'이라고 비판하는 배경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극단적인 불법투쟁과 잘못된 관행은 반드시 개선해 법과 질서가 존중되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노동현안에 대해 인수위는 물론 박근혜 대통령 역시 단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는 인수위 활동기간에 부처 총괄과 국별로 두 차례에 걸쳐 업무보고를 했다. 보고문서에는 개별 노동현안이 포함됐으나 구두보고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위에서 요구하거나 질문도 없었다고 한다. 당시 인수위에서는 "개별 노동현안에 개입할 수도 없고, 개입해서도 안 된다"는 분위기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개별 노동현안은 개별 노사가 풀어야 한다는 '노사자율 원칙'을 강조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은 계속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대규모 집회를 열면서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명박 정부 집권 초기처럼 촛불시위와 같은 대규모 군중집회가 열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박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은 인사잡음과 공약후퇴로 50%를 밑돌고 있다. 출범 초기에 80% 안팎을 기록한 역대 정부보다 낮다. 지지율이 낮은 상황에서 촛불시위와 같은 대규모 집회가 열리면 집권 초반부터 국정운영 능력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노동전문가들은 “과거 역사를 살펴볼 때 정권 초반에 노사분규가 많았고, 이를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집권기간 내내 노정관계가 불편했다”며 “박근혜 정부의 초반 대응이 중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불안한 노정관계, 사회적 대타협 돌파구 될까

박근혜 정부가 집권 초반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적 대타협일 것으로 예상된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노동계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고, 일자리 창출·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계기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최근 한국경총과 한국노총을 연이어 방문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지키고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동조합과 기업·정부가 힘을 모아야 한다"며 사회적 대타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고용정책을 책임지고 기업은 일자리 창출과 고용안정을 위해 노력하고, 노조는 생산성 향상과 임금안정을 위해 타협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박 대통령이 사회적 대타협 대신 "노사정 대타협"이라는 표현을 쓴 것도 눈에 띈다. 인수위는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참여주체 확대·논의의제 다양화를 통해 노사정위원회를 실질적인 사회적 대화 국민기구로 정착되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대선 당시 언급됐던 국민대타협위원회는 '세금 논의기구'로 한정했다.

인수위 관계자는 "한때 노사정위 폐지 논란이 있긴 했지만 노사정위를 통해 사회적 대타협을 추진한다는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며 "고용 문제는 근본적으로 노동 문제와 연결돼 있는 만큼 노사의 협조가 필요하고 그런 측면에서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한국경총과 한국노총을 방문해 두 단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민주노총 배제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법·질서와 노사자율을 강조한 것은 정부의 조정·중재 책임을 포기하고 노사가 알아서 해결하라는 뜻 아니겠냐”며 “정권 출범 초부터 민주노총을 대놓고 배제한 것은 처음”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노동부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 다르게 기업친화적이기보다는 기업과 노동 모두에게 양보와 책임을 요구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갈등은 있더라도 노동계와의 관계가 근본적으로 틀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민주노총과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역대 정권 중에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했던 적이 없었다는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국책연구기관의 한 노사관계 전문가는 "노사갈등과 같은 현안보다 거시적인 노동시장 이슈가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면서도 "노동시장 배분과 공정성 문제도 노조의 유무와 노사관계에 따라 결정되고 지속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박근혜 정부가 노사정 대타협을 이야기하는데 결국 어느 정도의 의지를 갖고 실천해 나갈 것인가가 향후 노정관계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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